▲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로 사망한 학생들의 빈소를 찾은 정용각 부총장(선풍기 아래 회색 양복)이 유족들의 항의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눈 많이 내리자 안전사고 등 위험 감안해 일반 고객엔 일일이 전화···"17일 오전엔 눈 그쳐 행사 진행한 것"[경주=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는 대학생 행사에 대한 리조트 측의 안이한 대응이 화를 키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예약 고객에게는 눈 때문에 숙박이 힘들다며 취소를 유도했지만 단체고객인 대학생들에는 이런 위험을 사전에 고지조차 하지 않았다. 19일 코오롱그룹과 마우나오션리조트에 따르면 리조트 측은 지난 9~15일 일주일간 경주 지역에 폭설이 내리자 숙박시설 등을 예약한 고객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취소를 유도했다. 많은 눈이 내린 탓에 도로 상황이 여의치 않고 리조트 내부 역시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주 마우나리조트에 숙박 예약을 한 김호진(34·가명)씨는 "가족여행을 가기 위해 리조트를 예약했는데 당일인 수요일 아침에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숙박을 할 수 없다며 환불을 안내해 주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눈 때문에 시설 이용이 가능한지를 묻는 고객과 먼저 취소를 요청해온 고객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리조트 쪽에서 전화를 걸어 숙박이 힘들다는 상황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조트 측은 대학생들에게는 이 같은 안전사고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사고' 대응 기준이 일반고객과 대학생에 다르게 적용된 셈이다.리조트 측은 "대학생들이 들어왔던 17일 오전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숙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조트 측은 대학생들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시정을 요구한 사항도 개선하지 않았다. 현장에 도착한 부산외대 학생회는 내부 제설작업이 제대로 안 돼 있어 다칠 우려가 있다며 계단이나 통행로를 치워달라고 요청했지만 리조트 측은 이를 묵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외대 학생회에서 활동하는 한 학생은 "계단을 기어 내려오다시피 하거나 길에서 미끄러질 것이 걱정돼 먼저 요청을 했지만 사고가 일어난 밤까지도 아무런 대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요청한 내부 제설작업을 조금만 서둘렀더라면 사고 당시 내부 진입에만 2시간이 소요된 구조대의 도착을 앞당기는 것도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주=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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