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간인 성지순례에 테러라니

어제 오후 2시30분께(현지 시간) 이집트와 이스라엘 국경지역 타바에서 한국 성지순례단 31명과 가이드 2명, 이집트인 운전기사 등 34명이 탄 관광버스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한국인 3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운전기사와 테러범으로 추정되는 이집트인 2명도 사망했다. 한국 성지순례단은 충북 진천중앙교회 소속 신도들로 이집트를 거쳐 이날 이스라엘로 들어가려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폭발물을 터뜨렸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집트 정부군과 싸워온 알카에다 계열 무장단체들이 써온 수법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들의 자살 폭탄 테러로 짐작할 뿐이다. 이집트 대사관 관계자는 "자살 테러범이 버스에 올라타 폭탄을 터뜨린 것"으로 추정했다. 테러 목적도 이집트 관광산업을 망치기 위한 것이는 분석이 나오는 등 구구하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테러는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다. 특히 민간인을 겨냥한 테러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정부는 "사건 배후와 원인 규명, 테러 근절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당연하다.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킨 테러범은 끝까지 추적해 엄중 처벌해야 마땅하다. 희생자 및 유가족에 대한 지원, 부상자 치료, 무사한 신도들의 조기 귀국 등 후속 조치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폭발 테러가 발생한 곳은 '여행경보 3단계(여행제한)' 지역이다. 평소에도 치안상황이 좋지 않은 곳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예방활동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집트내 지하드(이슬람 성전) 세력의 근거지로 외국인 테러 납치가 종종 발생하는 위험지역이다. 2년 전에도 성지순례에 나선 한국인 3명이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적이 있다. 안전을 위해 여행금지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성지순례든 관광이든 해외를 찾는 여행객은 무엇보다 안전에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 진천중앙교회 측은 순례지에 여행경보가 설정돼 있는지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이해하기 어렵다. 여행사는 무엇을 했나. 생명의 위협을 초래하고 국민에게 큰 걱정을 끼칠 수 있는 행동은 조심하는 게 좋다. 정부는 해외 방문자의 안전대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고, 국민은 국민대로 굳이 위험지역을 여행하는 무모한 행동은 자제하는 게 옳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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