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케나의 '유사작' 도처에 널려'

대한항공 사진 저작권 소송한 케나의 작품도 다른 작품과 유사 지적

왼쪽 위 사진은 마이클 케나의 솔섬(2007년). 그 옆은 케나가 대한항공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건 김성필 작가의 '아침을 기다리며'다. 대한항공은 이 작품을 공모전을 통해 TV CF에 활용했다. 오른쪽 가운데와 맨끝 사진은 2006년과 2007년 삼척관광사진공모전에 입상한 사진으로 케나보다 일찍 촬영된 사진이다. <br /> <br />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영국 국적의 사진작가 마이클 케냐가 대한항공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원이 배경이나 구도 등이 비슷할 가능성이 높은 사진 저작권의 범위를 어디까지 적용할 지 주목된다. 마이클 케냐가 소송을 제기한 작품 역시 이미 국내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과 유사하며 그의 또 다른 작품 역시 국내외 작가 작품과 배경이나 구도가 비슷한 것들이 많다. 4일 빛사진연구회에 따르면 영국 국적의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는 지난해 6월 공근혜 갤러리를 통해 대한항공을 상대로 3억원의 저작권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케나는 대한항공이 자신의 사진인 '솔섬(속섬)'과 비슷한 사진을 TV CF에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소송을 냈다. 케나는 2007년 강원도 삼척 월천리내 위치한 속섬을 촬영해 2010년 전시했다.그러나 이 작품은 마이클 케냐에 앞서 이를 배경으로 찍은 국내외 다른 작가들의 사진과도 유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보다 앞선 2006년 열린 삼척 관광사진 공모전에는 노을에 젖은 속섬을 촬영한 사진이 입선했다. 공모전에 출품하기 전에 촬영했으니 마이클 케나보다 촬영 시점은 더욱 빠르다.이어 2007년에도 같은 공모전에 속섬을 촬영한 사진이 입선했다. 케나 이전에도 이미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속섬을 소재로 촬영해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은 셈이다. 케나가 대한항공이 저작권 침해를 했다며 지적한 '속섬' 사진은 아마추어 작가인 김성필씨가 지난 2010년8월 촬영한 사진이다. 케나의 사진과 달리 햇볕을 받은 구름들이 솔섬 주변으로 어지럽게 펼쳐져 있다. 사진내 솔섬의 크기도 다르다. 김 작가는 같은 해 대한항공이 주최한 17회 여행사진공모전에 이 작품을 '아침을 기다리며'라는 제목으로 출품했다. 대한항공은 이 사진을 입선작으로 선정하고 2011년 8월12일~18일 1주일간 TV CF에 활용했다. 특히 케나는 김성필 작가가 아닌, 대한항공을 상대로 소송에 들어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찍은 사람은 따로 있는데 대한항공이 볼모가 된 셈이다. "'작가대 작가'보다는 '작가 대 대기업'간 소송이 얻을 게 더 많지 않겠냐"는 국내 사진작가들의 설명에 설득력이 더해지는 부분이다. 또한 케나식 소송 논리로 보자면 케나 자신도 유사작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케나의 작품 중 하나인 '철학자의 나무(PHILOSOPHER'S TREE)'는 일본 훗카이도 비에이 지역의 아름다움을 알린 일본 풍경사진의 대가 고(姑) 마에다 신조의 작품과 비슷하다. 그외에도 하루오 기쿠치, 히로아끼 오구라 등 일본 사진작가들은 옆으로 기울어 '철학의 나무'라 불리는 이 정물을 촬영한 바 있다. 정기복 빛사진 연구회 대표는 "각기 다른 두 사진작가가 비슷한 사진을 찍었더라도 자연경관이기에 공모전에서 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작가가 해당 사진을 알고 모방할 목적을 갖고 기존작과 같은 조건 하에 사진을 찍었다면 이는 전문가들에 의해 구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통상 유사작으로 낙점될 경우 국내 사진작가들은 해당 작가의 작품 전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모방작이나 유사작으로 각종 대회에 출품하려 한다면 제명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왼쪽 사진은 마이클 케나의 한국 전시 사진집 표지. 옆으로 석양이 들어 있는 나무사진은 일본 사진작가 하루오 기쿠치의 작품집 표지. 두 사람 모두 '철학의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오른쪽 가운데 사진은 마이클 케나가 일본에서 철학의 나무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며 오른쪽 가장 끝 사진은 일본작가 히로아끼 오구라의 작품으로 엽서사진이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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