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회복세를 보이던 글로벌 경제가 연초부터 '삼각파도' 공포에 휩쓸렸다. 투자자금의 대규모 이탈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데다,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와 중국의 경제 둔화까지 겹치면서 세계 경제가 휘청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아르헨티나 사태로 신흥국 불안 확산= 신흥국의 통화가치에 대한 우려는 아르헨티나에서 촉발됐다.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는 지난해 말 달러당 6.52페소에서 지난 24일 시장의 심리적 저지선이었던 8페소를 넘어섰다. 페소화 가치는 올해 들어 20% 정도 폭락했다. 2001년 국가 부도를 겪은 아르헨티나는 통화가치 급락에 30%에 달하는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에 시달리고 있다. 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통화가치 방어를 사실상 포기했다. 2011년 520억달러에 달했던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은 7년 만의 최저치인 293억달러까지 떨어졌다.터키의 리라화 가치도 최근 계속해서 내려가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중앙은행이 상당한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통화 가치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러시아의 루블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란드화 가치도 하락세다. 신흥국의 통화가치 폭락은 미국의 QE 축소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와 신흥국의 주요 시장인 중국의 경제 둔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신흥국 내부의 정치ㆍ경제적 문제도 남아있어 신흥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美 QE 축소·中 경기둔화 우려 확산= 신흥국 시장에 대한 불안은 신흥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미국의 QE 축소와 중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는 오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QE 추가 축소 여부를 결정한다.연준은 지난해 12월 FOMC 회의에서 매월 850억달러에 달했던 자산매입 규모를 이달부터 750억달러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연준이 이달 회의에서 QE 규모를 더욱 축소하면 신흥국 통화가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당국자들을 인용해 연준이 이번 FOMC 회의에서 QE 규모를 100억달러 더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의 QE 추가 축소는 달러화 강세와 미국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신흥국에 있던 자금이 더 빠른 속도로 선진국시장으로 회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올해는 신흥국보다 선진국의 경제 성장세가 빠를 것으로 예상돼 신흥국에 대한 투자자금의 유턴 속도가 가속될 수 있다. 여기에 '세계의 공장' 중국의 경기마저 둔화되면서 신흥국의 경제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 신흥국들은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해 고성장을 일군 만큼 중국 경제 둔화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의 1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6(잠정치)을 기록, 반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중국은 '그림자 금융' 문제 등 경제 구조 개혁이라는 과제까지 안고 있어 이전 같은 성장세를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세계 금융시장 요동= 신흥국 통화가치 폭락에 대한 우려가 부각된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나스닥 등 3대 지수는 2% 안팎의 급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우는 지난주에 3% 이상 떨어져 주간 단위로 2011년 11월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페인 마드리드 등 유럽의 주요 증시도 1.62∼3.65% 하락했다. 아시아증시는 한국 코스피와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가 내리고 대만의 가권지수는 오르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신흥국의 통화가치 우려가 지난 주말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부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주에도 미국과 유럽 증시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아시아 증시도 같은 흐름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다만 신흥국의 통화가치 급락이 제2의 외환위기를 불러올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5일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잇따라 폭락하면서 1997년 아시아에 불어닥친 외환위기의 재발 우려가 있지만, 현재의 상황과 당시의 유사점이 많지 않다"고 밝혔다. WSJ도 "신흥국에 대한 위기감이 전염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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