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열린 물가관계 차관회의에서 공공요금 원가를 검증하기로 결정했다. 전기ㆍ수도ㆍ가스ㆍ철도요금과 고속도로통행료 등 5대 공공요금을 중심으로 원가를 다시 계산해본다는 것이다. 거품을 제거한 정확한 원가를 토대로 공공요금 인상 폭을 결정함으로써 요금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부가 공공요금을 올리기 위한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원가검증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주요 공공요금 원가보상률이 80~9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새삼스레 원가를 검증하겠다고 나선 것은 요금인상에 앞선 요식행위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해 11월 공공기관 정상화 드라이브를 건 뒤 짧은 기간에 전기요금이 5.4%, 도시가스요금이 5.8% 인상되는 등 공공요금이 크게 들썩였다.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계기로 철도요금도 올해 5% 인상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공기업들이 부채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받게 되자 그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이를 의식한 정부가 공공요금 원가를 검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실 원가를 보상하지 못하는 수준의 낮은 공공요금을 무한정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민생활 안정이나 산업활동 지원 등 국가정책상 목적을 위해 재정지원을 전제로 일정 기간 공공요금을 원가보상 수준 이하로 책정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해당 공기업의 재무적 지속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합리적인 할인 폭을 정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공공요금 원가 검증은 필요할 뿐 아니라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다만 검증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그 결과는 원가 절감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산하 조세재정연구원을 중심으로 검증작업을 벌인다고 하는데, 그것으로 충분한지 의문이다.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검증작업에 대한 국민적 참여나 감시 장치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보기를 권한다. 검증결과를 가지고 공공요금 인상 폭을 결정할 때도 국민적 공감을 얻어야 한다. 공기업 구조조정은 미흡한데 검증결과를 내세워 공공요금부터 인상하려고 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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