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슈퍼리그, 믿고 쓰는 '메이드 인 코리아'

데얀 다미아노비치[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2007년 국내 한 방송사의 주도로 제작된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화제를 모았다. 한국과 미국, 일본의 평범한 가정을 표본으로 집 안팎에서 원산지가 중국이거나 재료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인 제품은 사용하지 않는 실험이다. 일상생활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과 의존도를 확인하기 위한 시도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컴퓨터·텔레비전·선풍기 등 가전제품은 물론 의류와 신발·우산·장난감 등 생활용품까지 구석구석 자리 잡은 중국산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의 제품은 대개 저가공세로 시장을 점령한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축구 무대에서만큼은 이와 같은 선입견이 통하지 않는다. 중국 프로축구 리그의 주요 클럽들은 이미 검증된 K리그의 우수 선수들을 싹쓸이하며 이적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하고 있다. FC서울의 간판 공격수 데얀 다미아노비치(33·몬테네그로)가 장수 세인티로 둥지를 옮긴데 이어 팀 동료 하대성(29)도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한다. 수원의 베테랑 수비수 곽희주(33)를 비롯해 전북의 외국인 공격수 케빈 오리스(30·벨기에)·마우리시오 몰리나(34·FC서울) 등도 중국행이 유력한 분위기다. 먼저 자리를 잡고 있는 김영권(24·광저우 헝다)·조원희(31·우한 주얼)·김동진(32·항저우)·에닝요(32·창춘) 등을 포함, 최근 들어 K리그 출신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중국 클럽들이 국내 선수 영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남다른 구애는 K리그 출신들이 보여준 성실함과 높은 기량을 바탕으로 한 꾸준한 활약이 뒷받침된 결과다. 그들에게 한국 국내 리그 소속 선수는 가히 '믿고 쓰는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부를 만하다. 슈퍼리그 소속 클럽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국내 구단과 대조적으로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시장을 활성화시키자 선수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데얀은 "중국이 아시아 최고의 수준으로 리그를 발전시키기 위해 검증된 K리그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면서 "프로선수로서 더 나은 환경과 금전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었다"라고 했다. 과감한 투자는 이미 국제무대에서도 결실을 맺고 있다. 김영권이 속한 광저우는 높은 몸값을 주고 다리오 콘카(31·아르헨티나)·무리퀴(28)·엘케손(25·이상 브라질) 등 남미 출신 용병들까지 흡수하며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다. 이러한 경험이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김영권은 "중국 리그가 점차 발전하면서 이름 있는 해외 선수들이 몰려오고 있다"며 "과감한 투자로 수준이 높아진 만큼 슈퍼리그 진출은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K리그는 스타급 선수들의 이탈을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이다. 유스 팀을 활성화시켜 필요한 자원을 수급하는 정책으로 묘안을 짜고 있지만 반복되는 구심선수의 이탈로 한숨이 늘고 있다. 익명의 축구 관계자는 "K리그가 몸값 거품 줄이기에 나서면서 소속팀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7~8년차 선수들의 해외진출이 점점 늘고 있다"며 "중국과 중동으로 이적하는 선수가 늘면서 국내 축구에 대한 선수와 팬들의 관심이 모두 반감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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