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2014년의 첫 거래일 코스피가 2% 이상 급락했다. 연간 첫 거래일에 주가가 2% 이상 하락한 것은 1990년 이후 세 번째다. 금융위기 이후로는 처음이다.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주의 실적 우려, 연말 배당 및 윈도우드레싱 수급의 차익실현, 미국 10년 국채 금리의 전고점 도달 등이 겹치며 투자심리가 급랭했다는 분석이다. 3일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수준에서 강한 반등이 동반되지 못할 경우 기간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으나, 1900 중반 수준 이하로 급격한 하락을 상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신흥국의 자금 이탈 강도 완화, 박스권내 주가 조정에 따른 주식형펀드 순유입 반작용, 한국 시장 절대 밸류에이션의 경험적 하단 근접 등을 감안할 때 수출주에 대한 대응은 신중하되 과도한 우려는 금울"이라고 짚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에 대한 실적 우려는 2014년 내내 한국 증시의 상승 여력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우리는 올해 주식시장을 전망하면서 이미 삼성전자와 자동차 섹터 등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정량적 추정치를 사용했다. 이 결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MSCI Korea) 지수의 올해 순이익 증가율을 11.5%로 추정한 것이다. 따라서 주요 기업에 대한 실적 기대가 후퇴하더라도 전년 대비 10% 수준의 이익 증가 실현된다면, 너무 비관적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지난 해 일부 기업에 집중됐던 이익증가가 올해는 업종 전반적으로 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실제 2013년의 전년대비 영업이익 증가 7.96% 중 삼성전자가 포함된 반도체 섹터의 기여도는 절대적이었다. 때문에 단일 섹터의 실적에 따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2014년은 경기 민감 섹터 전반에 고른 이익기여도가 분포가 예상된다.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 둔화는 부정적이지만, 이익기여도 편중 완화는 다른 섹터에서 기회 출현을 시사한다.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을 대상으로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2012년 6월 말 이후 기간에 일본 수출과 비교하면, 아직까지 영향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제품의 수출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차별적 경쟁력으로 일본에 비해 안정적인 성장과 비교우위를 지속하고 있다. 화학, 기계, 선박 등의 수출은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라 부진을 탈피하고 있으나. 한일 양국이 동반 회복되는 양상이다. 다만 자동차는 환율 영향이 아직 불분명하나 일본의 수출이 회복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1990년 이후 한국 수출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글로벌 경기였다. 엔화 약세에 대한 영향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향후 글로벌 경기의 회복 모멘텀이 둔화된다면 현재보다 분명하게 엔화 약세 영향이 부각될 수 있다. 따라서 시장의 관심은 환율 자체보다 글로벌 경기에 더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일련의 불확실성 대한 우려 해소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2013년 4분기 부진했으나, 2014년 1분기 중 이익기여도 개선이 기대되는 섹터들이 실적 시즌 초반의 대안이다. 금융(은행, 보험), 필수소비재(음식료), 유틸리티, 통신 등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2014년을 60년 만에 온 청마(靑馬)의 해라고 해서 그 뜻을 살펴봤더니, 어린 망아지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뛴다는 뜻으로 좋게 보면 젊은 해, 나쁘게 보면 예측이 쉽지 않은 해로 해석할 수 있었다. 주식시장도 비슷한 것 같다. 지난해가 일 년 내내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난세(亂世)장을 보이더니, 2014년에도 코스피의 시초가가 긴 음봉을 그리면서 한 해의 시작을 불안하게 출발하고 있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연초 장세가 경험적으로 만만치 않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수급과 재료가 부재하는 3무(無) 장세가 펼쳐진 적이 많았다. 여기에다 2014년은 1∼2월에 발표될 2013년 4분기 실적에 대한 '빅배스(Big Bath)' 가능성이 존재한다. 빅배스란 목욕을 철저히 해서 몸에서 더러운 것을 없앤다는 뜻에서 유래한 말이다. 흔히 경영진 교체시기나 정권 교체시기에 후임자에 의해 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대규모로 반영함으로써 잠재부실이나 이익규모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회계기법을 지칭한다. 한국의 경우 2013년에 신정부가 들어섰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기 위한 사전 정리작업이 2013년 중에 상당부분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연초 조정은 연간 눈높이를 낮춰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연초 조정 기간은 4분기 실적 뚜껑을 열어보는 1월 중순에서 2월 초까지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코스피 1900선 초반에서 적극적인 주식비중 확대를 권유한다. 참고로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코스피 1880이 청산가치라고 불리는 1배 수준이어서, 한국이 망하지 않는 한 주식비중 확대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박혜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2014년이 시작됐다. 2014년 첫 거래일이 예상과 다르게 폭락으로 마감하면서 1월 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축소됐지만, 1월이 가진 특수성에 여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에게 있어 매해 1월의 의미는 다른 달과는 다르다. 1년을 생각하는 시기다. 투자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투자에서도 1월은 특수한 시기다. 연초에 시장참여자들은 그 해의 실적에 대한 전망을 하고 그에 맞춰 기대감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후 1년 동안 매크로 변화들과 분기별 실적을 확인하며 전망을 수정해 나간다. 연초에는 지난 4분기 실적이나 아직 가늠하기 힘든 1분기 실적보다는 현 시점에서의 연간 전망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다. 전일 삼성전자 주가의 급락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부진할 경우 올해 연간 전망마저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러나 4분기 실적 부진이 이미 예견됐거나,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올해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결과일 경우 연초에는 올해 연간 전망을 바탕으로 성장률이 높은 업종과 종목이 주가가 상대적 강세를 보일 개연성이 높다. 주식시장에서 루저가 다시 위너가 되는 일은 흔하다. 이러한 경험치를 감안할 때 특히 구조조정과 기저효과, 정책효과 등으로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업종에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연간으로 검증되며 턴어라운드 기대는 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연초에는 턴어라운드 기대주의 주가 반등을 상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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