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파견근로 완화 추진…한국은 규제 위주

日 무기한 파견근로 개정안 내년 1월 국회 제출키로

일본이 파견근로 규제 완화를 통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에 나선다. 사진은 일본 자동차공장 조립 라인의 모습. 사진=블룸버그<br />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김혜민 기자]일본 정부가 파견근로자 고용을 확대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쪽으로 관련 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12일 현재 원칙적으로 최장 3년인 근로자의 파견기간을 조건이 충족되면 무기한 인정하는 내용의 파견근로자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일본경제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개정안을 2015년부터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내년 1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일본의 움직임은 한국과 반대 방향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은 일본보다 파견근로자 활용을 제한한다. 일본은 항만운송ㆍ건설ㆍ의료 등 5가지 업종만 파견을 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인 반면 한국은 비서ㆍ청소원 등 32개 직무에만 허용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제조업에서 파견근로자를 쓰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파견근로에 대한 규제를 더 풀고 있는 것이다. 현행 일본 파견 제도는 동일 업무의 파견기간을 최장 3년으로 제한한다. 사용기업은 3년 근무한 파견근로자를 직접 채용하지 않을 경우 그 업무에 파견직을 활용하지 못한다. 해당 업무에서 일정 인원이 계속 필요하면 파견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만 하는 것이다. 개정안은 사용기업이 선택할 폭을 넓혀줬다. 사용기업은 3년이 지난 뒤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대신 다른 파견근로자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일감이 많으면 무기한으로 파견근로자를 쓰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한국무역엽회 국제무역연구원의 박기임 수석연구원은 "이번 개정안은 아베노믹스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기존 파견법은 파견근로자 보호, 기업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등 모든 측면에서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됐다"고 덧붙였다. 박 수석연구원은 "아베 정부는 저성장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에 정규직만 채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유지할 경우 기업의 해외진출이 가속화되고 일본 내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독일 등 주요 국가는 업무나 기간에 관계없이 파견 근로를 허용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용기업에 직접 고용되지 않고 다른 기업에 파견되지도 못한 근로자가 생기게 된다. 개정안은 이런 근로자는 파견회사가 무기고용하도록 했다. 파견기업의 고용유연성은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일본 근로자파견업계는 새 제도가 시행되면 근로자파견이 양성화되고 파견직 일자리가 많아져 이런 의무가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수석연구원은 "근로자파견업계는 파견근로 제도를 양성화함으로써 노동시장에서 파견근로자 활용을 늘릴 수 있다고 보고 관련법 개정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일본 파견법은 1985년 제정 이후 대상 업무가 확대되고 제조업 파견금지 조항이 폐지되고 기간이 연장되는 등 규제완화 쪽으로 개정돼 왔다. 그러다 파견제도가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2008년 이후 사용기업 실태조사가 이뤄지는 등 규제가 강화됐다. 한국에서는 직접 고용 이외의 고용형태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제ㆍ개정됐다. 근로자파견법이 1998년부터 시행돼 대다수 업종에서 파견 근로자를 쓰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그러자 풍선효과에 따라 사내하도급이 늘기 시작했다. 사내하도급 고용은 2007년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더 증가했다. 현재 사내하도급 고용은 법률로 규제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사내하도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졌다. 이마트는 고용노동부에서 불법파견으로 판단한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 고용했다. 현대자동차에서는 사내하도급 근로자 직접 채용 인원을 놓고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 제정을 논의 중이다. 파견근로 형태를 한국처럼 규제하는 나라는 드물다. 국제무역연구원의 박 수석연구원은 "한국도 근로자파견을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양질의 안정적인 근로 형태가 확대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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