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골프장의 허와 실] 2. 여주는 '한숨선', 경춘은 '통곡선'

2008년 이후 몰려든 수도권 너머 골프장, 공급과잉와 불황에 하나둘씩 추락

중부고속도로 여주IC 인근에 골프장 길 안내 간판이 세워져 있다. 여주=정재훈 기자 roze@asiae.co.kr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손은정 기자] "용인에서 여주, 그리고 가평과 홍천으로 이어지는 경춘고속도로."수도권 골프장 건설 러시의 이동 경로다. 당연히 그 중심에는 고속도로가 있다. 경부와 중부, 그리고 경춘 순으로 고속도로 주변에 골프장이 운집하기 시작했다. 서울 중심에서 가까워야 회원모집은 물론 장사가 잘되기 때문이다. 경부와 중부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2007~ 2008년 사업 승인을 받은 골프장들은 경춘라인으로 몰렸다. 이때만 해도 은행돈도 쉽게 빌릴 수 있는 시기였다. 당연히 공급이 지나쳤고, 글로벌 불황까지 겹쳤다. ▲ 길 따라 생긴 골프장= 서울 한남대교를 기점으로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라인이 이른바 '골프 8학군'이다. 서울, 한양으로 대표되는 한국골프역사 초기에 만들어진 소위 강북 명문에 맞서 뉴서울과 88, 기흥의 '강남 명문'이 탄생했다. 88서울올림픽 전후로 개장한 곳들이다. 이어 아시아나, 은화삼, 신원 등 용인권에서 국내 최초의 억대 회원권 분양에 나서 신흥 명문으로 자리잡았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KGBA)에 등록된 행정구역상의 용인, 안성지역 골프장은 23개, 경기 남부지역까지 확대하면 33개의 회원사가 있다. 용인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골프장 지도가 여주로 옮겨진 셈이다. 2001년 제2중부고속도로 개통이 기폭제가 됐다. 용인을 능가하는 '곤지암 3인방'이 등장한 것도 이때쯤이다. 바로 이스트밸리와 남촌, 렉스필드다. 송용권 에이스회원권거래소 이사는 "2000년대 초반 IT산업이 호황을 이루면서 주식으로 돈을 번 부자들이 양산돼 수요도 충분했다"며 "곤지암 3인방은 법인 회원권 1구좌가 20억원대 시대를 넘을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양상은 여주권까지 가세해 2000년대 후반까지 줄을 이었다. 대기업들은 오래전에 사들인 부지에 그들만의 성(城)을 건립했다. 동부그룹의 레인보우힐스와 CJ의 해슬리나인브릿지, 대원반도체의 블랙스톤이천, 보광의 휘닉스스프링스 등이 대표적인 프리미엄골프장들이다. 수려한 경관에 완벽한 코스관리, 다양한 부대시설, 맨투맨서비스까지 가미했다. 철저한 회원중심운영으로 아직도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다. 적자구조지만 매출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있기 때문이다.▲ 낭만이 사라진 춘천가는 길= 골프장산업의 위기는 그러나 여주권부터 서서히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했다. KGBA의 행정구역상 소속 골프장은 20개, 가입 안 된 퍼블릭을 합하면 25개 정도다. 하지만 신라와 캐슬파인 등 올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2곳이 모두 여주다. 현재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된 골프장 19곳 대부분이 충정도와 전라도 등 지방인데 반해 이례적이다. 수도권에서는 경기도 안성의 파인크리크와 웨스트파인 등이 포함됐지만 이 경우는 모기업인 그룹사 전체의 법정관리가 출발점이다. 여주지역도 서울에서 멀지 않아 사실상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다. 아리지와 소피아그린, 360도 등은 처음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도입하지 않고 자기 자본으로 건설했고, 대중제로 운영 중이다. 입회금 반환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세금은 낮고 수익성이 좋아 여전히 충분한 이윤을 남기고 있다. 신라와 캐슬파인은 입회금 반환이라는 뇌관이 터졌다. 신라는 사업환경 악화로 3년 연속 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63억원이나 적자를 냈다. 입회금 반환요청에 대응할 자금이 없다. 황제회원권으로 군림하던 렉스필드의 기업회생절차 신청도 관심사다. 서류 불충분으로 거부돼 법정관리 골프장 리스트에서는 제외됐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13억원까지 호가했던 가격은 3억원대 지탱도 어려울 정도로 폭락했다. 문제는 경춘라인이다. 2009년 개통을 전후로 폭증이 극에 달했다. 가평베네스트를 포함해 마이다스밸리와 프리스틴밸리, 제이드팰리스 등 수도권 북동부 지역의 블루칩으로 각광받았던 골프장들은 특히 회원권시세가 고점대비 3분의 1 이하로 쪼개져 바닥을 찍고 있다. 신설골프장은 분양은커녕 건설사가 운영권을 넘겨받은 경우가 허다하다. 수억대의 돈을 쏟아 부은 회원들이 노심초사하는 까닭이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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