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가구 수 축소에도 시범지구 주민 반발 여전

국토부 행복지구 시범지구 5곳 가구수 절반 축소주민 반발 고려해 의견 대폭 수용해당 지역 주민들, 미봉책 불과하다며 시큰둥한 반응[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박미주 기자, 이민찬 기자] 정부가 목동, 안산 등 행복주택 시범지구 5곳의 공급가구 수를 대폭 줄인 것은 지자체와 주민 반대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행복주택이 건립되면 교통ㆍ교육 여건 악화, 재건축 사업 추진 난항, 공원 녹지화 사업 중단 등이 우려된다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주민들의 반발에 백기를 들고 세대 수 축소 등의 주민 요구사항을 대폭 수용한 셈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 주민들은 가구 수 축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대규모 집회 등 단체행동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이에 따라 새 정부 핵심 공약으로 추진되고 있는 행복주택 프로젝트의 연내 1만가구 착공은 사실상 물 건너갔으며 내년 상반기 착공도 힘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가구 수 절반 축소…주민설명회도= 국토부는 11일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 의견을 대폭 수용해 목동, 잠실, 송파, 고잔, 공릉 등 행복주택 시범지구 5곳의 공급 가구 수를 절반 이하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3일 행복주택 물량을 종전 20만가구에서 14만가구로 대폭 줄이기로 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이번 결정에 따라 지역반발이 가장 심했던 목동은 공급가구 수가 2800가구에서 1300가구(46%)로 줄어든다. 잠실은 1800가구에서 750가구(42%), 송파도 1600가구에서 600가구(38%)로 축소된다. 고잔과 공릉은 1500가구, 200가구에서 각각 700가구(47%), 100가구(50%)로 각각 줄어든다.국토부는 이런 내용을 토대로 12~16일 지구별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목동은 13일 SH 집단에너지사업단 서부지사, 공릉지구는 12일 LH 서울본부 중계사업단, 고잔지구는 12일 교통안전공단 본사 강당에서 각각 설명회를 연다. 송파, 잠실은 16일 송파여성문화회관에서 진행한다.국토부 관계자는 "합리적인 요구사항은 적극적으로 수용,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방침"이라며 "이번 시범지구 물량 조정으로 인해 감소하는 세대 수는 향후 후속지구 물량에서 확보해 전체 행복주택 공급 물량에는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지구 지정 위한 '꼼수 행정' 반발=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도 해당 지역 주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정호 목동 행복주택 건립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논의 없이 주민설명회 날짜만 통보받았다"며 "목동 유수지 전체 면적 가운데 공영주차장, 테니스장 등 시설을 제외하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이어 "정부가 우리를 배려해서 가구 수를 줄인 게 아니라 처음부터 잘못 설계해 발표한 것"이라며 "가구 수 축소 외에 유수지 안전성이나 교통해소 문제에 대한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황규돈 공릉 비대위원장은 "(국토부가) 어제 와서 통보만 하고 갔다"며 "주민 반대가 심해지니 공원, 복합문화시설 등 기존에 추진하던 것들을 모두 넣는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100가구도 채 못 들어간다"며 현실성이 없다고 꼬집었다.이회균 안산 고잔 비대위원장은 "가구 수 축소가 문제가 아니라 이 지역은 지구 지정부터가 잘못됐다"며 "안산에도 다른 타당성이 있는 지역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그는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다음 끼워 맞추기식을 자꾸 양보해서 명분만 세우려고 한다"며 "주먹구구식 행정"이라고 지적했다.김호원 송파 비대위원장도 "가구 수 줄인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나"며 "송파 비대위는 사무실도 안 내고 활동 했는데 곧 사무실 차려서 본격적으로 반대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주민들을 위해서 가구 수를 줄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돈이 부족하고 현실성이 떨어지니 가구 수라도 줄여서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며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한편 5개 비대위는 주민설명회 참여 여부나 앞으로 시위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황 위원장은 "오는 19일 5개 비대위가 전부 세종시로 내려가 반대 집회를 할 수 있게 힘을 모을 생각"이라고 전했다.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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