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호두과자, 수입재료만 있는 것은 아냐

국감서 수입호두과자 지적 뒤 광덕호두, 우리밀 중심 천안산 호두, 팥, 밀로 만들자는 움직임 일어

천안시 광덕면 한 농가에서 자란 호두나무 모습. 광덕은 천안에서 처음 호두나무를 심은 곳이다.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충남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 재료를 국내산으로 만들수 없을까. 고속도로휴게소에서 파는 호두과자 재료가 모두 수입산이란 내용이 지난 국정감사 때 발표된 뒤 천안지역에서 일어나는 변화다.천안시내 호두과자전문점에서 팔고 있는 호두과자 대부분이 외국산원료를 재료로 써 왔기 때문이다.천안시민들 사이에선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100% 국산재료를 이용한 호두과자는 찾아보기 어렵다.그 이유는 뭘까. 국산 원료는 구하기도 어렵고 값이 비싸졌기 때문이다. 채산성 맞추기가 어렵다. 언제부턴가 그 공백을 수입 호두, 밀가루, 팥이 서서히 메웠다.28일 천안시와 천안시 광덕면 호두생산 농가 등에 따르면 천안의 호두생산량은 ▲2009년 70.59t ▲2010년 68.27t ▲2011년 67.48t ▲2012년 67.07t으로 해마다 줄었다.호두생산이 줄은 원인은 봄철 이상저온과 일조량 감소, 청설모의 영향이 컸다. 실제 광덕면과 광덕농협은 청설모 포상금을 내걸어 2009년 5572마리, 2010년 2092마리, 2011년 2786마리, 2012년 2310마리를 잡았다.호두생산량이 줄어든 만큼 호두과자 원재료 값은 올라갔다. 호두가 풍년인 올해의 경우 kg에 2만5000원 정도다. 하지만 흉년엔 3만원선에서 납품된다. 반면 외국산호두는 kg에 1만5000~1만6000원에서 거래된다. 국내산보다 외국산을 쓰는 게 남는 장사인 셈이다.이렇다보니 한 봉지에 24~25개가 들어있는 국내산 호두과자는 1만원에 팔리지만 외국산은 5000원이면 살 수 있다. 원산지를 속여 팔다 망신을 당한 호두과자전문점도 나왔다. 지난해 6월 천안시가 원산지표시 단속을 벌인 결과 신부동 H호두과자가 값이 싼 미국산 호두를 쓰고도 이를 북한산 등으로 원산지를 속였다. H호두과자는 78년 전통을 내세워 ‘호두과자 원조’임을 내세워 시민들의 인기를 얻었으며 전국에 체인점을 운영 중이다.하지만 모든 호두과자점이 무조건 수입산을 쓰는 건 아니다. 최근 2~3곳에서 천안호두를 ‘일부 제품’에 쓰고 있다.

광덕호두 모습.

2009년쯤 천안 호두과자업계에서 “천안 호두과자만이라도 국산 호두, 국산 밀가루, 국산 팥(앙금)을 써서 만들어보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국산 재료로 만든 호두과자는 값이 비쌌다. 소비자들은 싼 호두과자만 찾았다.이종민 천안 우리밀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수입호두와 국산호두는 고소함에서 차이가 난다”며 “수입산은 창고에서 오래 보관해도 쥐가 먹지 않는다. 여러 첨가제들을 넣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천안밀에 광덕호두, 국산팥으로 호두과자를 만들고 있다.광덕 호두농가 관계자는 “호두는 ‘해거리’라고 해서 한해 풍년이 들면 이듬해는 생산량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인다”며 “호두생산농가가 늘고 있어 생산성은 기대해도 괜찮은데 단가를 이유로 업체들은 외국산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광덕호두과자 관계자는 “우리는 호두나무를 재배하므로 모두 국내산 재료를 쓰고 있다”며 “고속도로 천안휴게소조차 지역특산품인 호두과자에 수입산을 쓴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전엔 밀가루도 외국산을 많이 썼으나 요즘은 우리 밀을 쓰는 곳이 많아졌다. 하지만 호두와 팥은 단가차이가 워낙 커 외국산을 쓰는 실정”이라며 “국내산 호두를 쓴다면 호두과자 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천안시도 국산재료를 쓴 ‘천안명물 호두과자’ 알리기에 나섰다. 천안시는 지난해 초 시청 1층에 호두과자점을 열었다. 이곳에선 100% 천안광덕호두와 천안밀, 국내산 팥을 써서 시청 안에서 호두과자를 만들어 판다.한편 천안지역에서 생산된 호두는 농협에서 모두 사들인 뒤 개인이나 호두과자판매업체에 공급하고 있으며 지역엔 80여개 호두과자판매업체가 영업 중이다. 이영철 기자 panpanyz@<ⓒ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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