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동차 中서 왕따…반일감정 때문만은 아냐

가파른 성장세 예상하지 못해 현지 생산능력 확충하지 못해

중국의 한 자동차 매장에 전시된 도요타의 승용차. 사진=블룸버그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중국 시장의 성장세에 올라타지 못한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까지도 경제위기 전 수준을 회복되지 못했다. 컨설팅회사 앨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승용차와 미니밴 판매 대수는 경제위기 전인 2007년 수준에 9% 못 미쳤다. 유럽은 미국보다 타격이 더 심해, 14% 미달했다. 반면 중국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는 1860만대로 2007년에 비해 2배 이상으로 증가하며 지난 5년 동안 세계 자동차 시장 성장의 3분의 1을 기여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도요타와 혼다는 중국 자동차 시장 성장에서 제 몫을 챙기지 못했다.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자동차 3사를 합한 중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25% 이상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15%로 추락했다. 중국 내 일본 자동차 판매 부진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양국의 갈등으로 중국에서 반일 감정이 고조된 탓으로 돌려진다. 일본 승용차 구매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됐고, 일본차를 몰고 다니는 중국 사람들은 따가운 시선으로부터 차를 지키기 위해 오성홍기 같이 애국심을 드러내는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반일 정서가 이렇게 타격을 주기는 처음이라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자에서 일본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 하락과 이에 대한 반응을 보도하면서 반일 정서보다 더 큰 이유는 전략을 잘못 잡은 데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중국 자동차 시장이 경제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급성장하리라는 점을 예상하지 못해 중국 현지공장의 생산량을 늘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급증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보 나우만 앨릭스파트너스 상하이사무소장은 FT에 “일본차 업체들은 중국 시장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나우만 소장은 “그래서 생산능력이 뒤떨어지게 됐고 수요가 있었지만 공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도요타가 중국 시장 성장세를 가장 낮게 예상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당초에 2010년에 가동할 예정이었던 창춘 공장이 지난해에야 연간 10만대 규모로 생산에 들어갔다고 예를 들었다. 도요타 경영진 가운데 한 사람은 FT에 “우리는 중국이 엘도라도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중국 시장에서 브랜드별 자동차 판매 증가율은 포드가 약 70%로 선두를 질주했다. 현대자동차와 중국 비야디, 독일 폴크스바겐, 기아자동차는 20% 안팎으로 각각 증가율 2~5위에 올랐다. 일본 업체는 혼다만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을 뿐, 도요타와 닛산은 판매가 줄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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