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아시아 최대 부호인 리카싱(李嘉誠) 회장이 홍콩에서 발을 빼려 한다는 관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간) 리카싱의 허치슨왐포아가 건강·미용 분야 유통업체 A.S.왓슨그룹을 분사해 기업공개(IPO)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허치슨왐포아는 산하 슈퍼마켓 체인인 파크앤샵을 매각한다는 당초 계획을 변경해 왓슨을 IPO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왓슨 IPO 규모는 최대 1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허치슨왐포아는 파크앤샵을 30억~40억달러에 매각하려고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왓슨은 세계 33국에 1만10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소매 브랜드인 슈퍼드럭과 독일의 로스만 등도 왓슨 소유다. 허치슨왐포아는 아직 왓슨의 분사 및 IPO와 관련해 구체적인 사항을 밝히지 않았다.리카싱 회장은 홍콩 자산을 매각하고 이를 통해 조달한 재원을 유럽에 투자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리카싱 회장은 유럽 내 통신과 전력 사업 투자를 확대해왔다. 허치슨왐포아가 홍콩 소재 에너지회사 파워애셋스홀딩스에 대해 사업신탁 증권 IPO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파워애셋홀딩스 IPO로 50억달러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허치슨왐포아는 기대하고 있다. JP모건의 애널리스트 루시 리우는 “앞으로 2년 동안 허치슨왐포아의 소매 부문은 수익이 10% 증가할 것이지만 유럽에서 벌이는 통신사업 부문은 20~35%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치슨왐포아는 유럽 통신사업 외에 에너지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 7월 네덜란드 폐기물처리·발전회사 RAV를 사들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자에서 “경제가 회복되는 유럽이 홍콩보다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보기 때문에 홍콩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발언은 기업인이 하기에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하다고 설명햇다. FT는 리카싱 회장이 홍콩 경제에 대해 낙관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곳에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선거에서 당선된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은 정경유착 근절을 내걸고 대기업 총수를 옥죄고 있다. 리카싱 회장은 선거 기간에 렁춘잉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렁춘잉 행정장관은 부두노동자들이 청쿵그룹 본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을 때 리카싱 회장을 “악마”라고 지칭하며 비판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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