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미창부·외교부 국어기본법 위반 '상습범'

한글문화연대, 8일 보도자료 분석 결과 발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First Mover, Fast Follower, Fast Track, Killer Item, Kick-off, Outreach, overhead, Sw Day, 어린T…." 최근 우리나라 정부 부처에서 배포된 보도자료에서 사용된 영어 단어 또는 신조어 들이다. 이것만 봐서는 영어권 어느 국가의 것이 아닌 가 착각할 정도다.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지정되는 등 우리말 사랑이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열악한 한글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현주소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올해 한글날이 국가 지정 공휴일로 부활해 한글 사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부처 중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등이 각종 보도자료를 내면서 국어기본법을 가장 많이 위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9일 한글문화연대는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17개 정부 부처 및 국회, 대법원이 낸 보도자료 총 3068건을 모아 국어기본법 위반 건수를 분석한 결과 산업통상자원부가 보도자료 217건에서 2681회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국어기본법은 공공기관이 공문서를 작성할 때 어문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하도록 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한 경우에만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다. 그러나 산자부는 보도자료 1회를 낼 때마다 평균 12.4회 꼴로 이를 위반한 채 외국어ㆍ한자를 그대로 표기했다. 이어 미래창조과학부가 보도자료 343건에서 1992회의 위반 건수로 2위를 차지했다. 보도자료 1건당 평균 5.8회에 걸쳐 한글 작성 의무를 위반했다. 또 외교부가 285건의 보도자료에서 1249회를 위반해 평균 4.4회로 3위, 기획재정부가 268건의 보도자료에서 1133건을 위반해 평균 4.2회로 4위를 각각 차지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157건의 보도자료에서 11회를 위반하는데 그쳐 국어기본법을 가장 잘 지키는 부서로 평가받았다. 산자부는 공문서에 한자를 그대로 사용한 국어기본법 위반 횟수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보도자료 한건마다 한자를 2.6회 사용하여 모두 568회나 위반했다. 외교부는 246회 위반했고 기획재정부는 149회를 위반했다. 안전행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고용노동부는 전혀 한자를 사용하지 않았다.외국어ㆍ외래어를 한글로 적기만 한 경우에서도 산자부는 2473건을 기록해 보도자료 1건당 11회로 1위였다. 이어 미창부는 3306건으로 보도자료 1건당 10회, 문화체육관광부는 보도자료 1건당 7회,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 1건당 5회씩으로 뒤를 이었다. 전체 정부 부처 및 입법ㆍ사법부가 국어 기본법을 위반한 건수는 8842회로, 보도자료 1건당 2.88회였다. 이는 한글문화연대가 지난해 3~5월간 14개 행정부처 및 입법ㆍ사법부 보도자료 2947건을 분석했을 때 적발한 1만3099회, 보도자료 1건당 4.4회때보다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리스크' 등 외국어를 한글 발음으로 적기만 하는 비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2012년 1만451회(보도자료 1건당 3.6회)였지만 올해엔 1만6795건(보도자료 1건당 5.5회)으로 집계됐다. 외국에서 들어 온 전문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지 못한 경우도 있겠지만, 한글 전용 표기 원칙을 준수하기 노력하기 보다는 국어 기본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외국어를 그냥 한글로 적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공공기관들이 보도자료에서 주로 쓴 외국 글자는 주로 줄임말로 R&D가 539회로 가장 많았다. 이어 FTA(489회), IT(360회), ICT(279회), EU(259회) 등의 순이었다. 줄임말 외에도 First Mover, Fast Follower 등 일반 국민이 알아듣기 어려운 영어 낱말을 그대로 영문으로 적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글문화연대는 "공공기관의 국어기본법 위반이 줄어들긴 했지만 외국어를 한글로 적기만 한 경우는 오히려 늘어났다"며 "앞으로 공공기관이 쉬운 우리말로 공문서를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 내년부터 알기 쉽고 바르게 쓴 공문서를 대상으로 '세종 보람'이라는 인증 표시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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