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대학로코미디페스티벌 다음달 15일부터 9월18일까지..18일간
연극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2'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한여름, 열대야를 유쾌하게 날려줄 희극 5편이 무대에 오른다. 국내외 고전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한 한국형 토종 코미디 작품들로, 다음 달 15일부터 9월1일까지 18일간 열리는 '제3회 대학로 코미디 페스티벌'에 초청됐다. 다양한 웃음 코드로 무장한 이들 작품들은 저마다의 특색으로 대한민국 코미디의 현주소를 보여줄 전망이다. 유인화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 사무국장은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학로 코미디 페스티벌이 이번이 3회째를 맞는데, 그동안의 호응에 힘입어 올해부터는 격년제에서 연례축제로 바뀌게 됐다"며 "지난해 축제 당시, 전년도에 비해 공연 회차가 40% 줄었는데, 수입은 오히려 37%나 늘었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올해 축제에는 총 80편의 작품이 공모를 통해 접수돼, 1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5편의 작품이 선정됐다.◆ 고전의 재발견, 5色의 코미디 =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14人(in) 체홉', '탈선 춘향전', '안진사가 죽었다', '삼도봉미스터리',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 2' 등이다. '14人 체홉'은 그동안 장막극으로만 알려졌던 안톤 체홉의 단편 4편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완결미가 뛰어난 '백조의 노래', '담배의 해로움에 대하여', '곰', '청혼'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제목의 '14人'은 출연배우들의 수를 의미한다. 오경택 연출가는 "2000년대 들어와서 연극계에 체홉 작품이 유독 많이 올라오는데, 그만큼 우리가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번 작품들은 장편에 가려져 잘 보여지지 않았던 체홉 특유의 인간의 본질, 따뜻함, 연민 등이 잘 녹아져있다"고 설명했다.
연극 '탈선 춘향전'
'탈선 춘향전'은 연희단거리패의 인기 레퍼토리로, 해방 이후 한국연극사상 최초의 재담극 양식으로 수백차례 공연된 작품이다. 가면이나 인형 등의 소품없이 우스갯소리와 몸짓만으로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욕 잘하는 처녀 '춘향'이와 공부는 안하고 여색만 밝히는 '몽룡'의 캐릭터를 통해 제대로 된 '탈선'을 보여준다. '안진사가 죽었다'는 유승희 교수의 저서 '미궁에 빠진 조선'을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한 코믹 사극이다. 조선 정조 7년, 황해도 송화현에서 실제로 있었던 살인 사건이 배경이다.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드러나고, 백성들은 시시각각 태도를 바꾸는 모습이 한 판의 놀이굿으로 묘사된다.2009년 초연 이래로 꾸준히 화제를 몰고 있는 연극 '삼도봉미스터리'는 우연하게 삼도봉양곡창고의 토막 시체를 목격한 4명의 농민들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풀어낸다. '삼도봉'은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경계가 만나는 곳이다. 서로 다른 지역의 맛깔 나는 사투리가 중의적인 의미망에 걸려들면서 촌철살인의 코미디로 거듭난다. 착한 연극의 대명사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2'는 1편이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국민연극이다. 선량한 소시민이 도둑이 돼가는 과정을 보면서 관객들은 동변상련의 공감을 느끼게 된다. ◆ 한국 코미디의 현주소는? = 페스티벌 기간에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돼 있다. 이달 29일부터 8월2일까지는 대학로예술극장 스튜디오 '하이'에서 한국 전통인형극 꼭두각시놀음의 재담을 통해 풍자와 해학의 원형을 탐구해보는 워크숍이 열린다. 국내 코미디 공연의 현황과 전망을 이야기해보는 세미나도 이달 23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다. 현장예술가들이 직접 참가해 대중들에게 맞는 코미디에 대해 의미있는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8월11일에는 '안진사가 죽었다'의 하이라이트 부문을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앞마당에서 무료로 시연한다.
연극 '14인 체홉'
'대학로 코미디 페스티벌'은 그동안 연극계에서 천대받았던 코미디의 역할을 재조명해보기 위해 탄생했다. 내친김에 우리 희극의 기원에 대해 제대로 연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탈선 춘향전'의 이윤택 연출가는 "비극은 가진 사람들이 즐기는 예술이다. 울 일이 없는 사람들이 울면서 즐긴다는 뜻이다. 반면 희극은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즐기는 예술이다. 웃을 일이 없으니까 희극을 통해 웃는다. 희극이야말로 민중의 예술이다"고 설명했다. '코미디'가 가지고 있는 매력도 다양하다. '삼도봉미스터리'의 김한길 연출가는 "단순하게 웃기는 것만이 희극의 전부가 아니다. 결국에는 시대적인 공감대 안에서 웃음을 끌어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시대사람들의 아픔까지도 들추어낸다"고 말했다. 오경택 연출가는 "삶이란 것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멀리서보면 희극이라고 찰리 채플린이 말했다. 코미디 장르는 가지지 못한 자, 밑바닥에 있던 자가 추구했던 전복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한바탕 판을 벌여놓다 보면, 나 자신 뿐만 아니라 내 주변까지 한 발 떨어져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웃고 즐기다보면 어느 새 가슴 한 켠에 무엇인가가 묵직하게 남을 것이라고 연출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리고 묻는다. "놀 준비는 되었나?"조민서 기자 summ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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