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 끓는 목소리로/혁명공약 모자 쓰고, 혁명공약 배지 차고/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우매한 국민 저리 멀찍 비켜서랏/골프 좀 쳐야것다' 시인 김지하가 1970년에 쓴 '오적'이라는 시다. 김지하는 시에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 등 다섯도둑의 골프를 귀족스포츠에 비유하며 통렬히 비판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전국에 골프장이 410개나 있다. 지난해 골프장을 찾은 인구만 2690만명에 이른다. 또 도심한복판에는 '스크린골프' 문화가 자리를 잡아 퇴근길 직장인들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군인들에게도 골프는 남다른 운동이다. 군골프장이 처음 들어선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 만든 태능골프장이다. 태능의 부동산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당시만해도 헐값이나 다름없었다. 건설노동력도 군부대 공병들이 도맡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사관학교 생도들을 위해 국제적으로 움직여야하고 골프를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건립했다. 지금까지도 각 홀마다 사단마크가 세겨져 있다. 이 골프장을 시점으로 현재는 군이 보유한 골프장은 모두 29개이며 총 홀수는 330홀에 이른다. 군은 이 골프장을 '체력단련장'이라고 부른다. 군인들의 체력증진과 여가선용이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는 논리 때문이다. 따라서 각종 세금이 중과세되는 일반 골프장과는 다른 면세대접을 받는다. 그만큼 그린피 등이 쌀 수밖에 없는 이유다. 18홀 기준 정회원인 현역 군인과 예비역은 1만원대면 골프를 즐길 수 있다. 군이 골프를 즐기는 이유는 주말에 부대 밖 외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작전지역 이탈로 간주되기 때문에 군부대내에서 주말을 보내야하는 군인에게는 골프가 유일한 낙인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군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에 대해 이해를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군이 체력단련장을 국민에게 먼저 이해를 구하려면 '3가지' 자세를 먼저 바꾸어야 한다. 첫째는 주말의 관용차량 이용이다. 골프를 치려면 자기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나라를 지키라고 보낸 아들이 장성들의 주말골프 나들이를 돕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을 곱게 볼 리가 없다. 두번째는 카트 문제다. 현재 계룡대, 자운대, 태릉, 해군2함대 사령부에서 운영하는 골프장 등에는 카트를 운영하고 있다. 골프채를 싣고 각 홀마다 운행되는 카트를 운영하는 것은 체력단련장과 거리가 다소 있어 보인다. 군내부에서도 "카트를 도입해 의무적으로 이용해야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소리도 나온다. 세번째 운영의 투명성이다. 골프장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공군에게 얼마 전 '최근 5년간 군골프장 매출액'에 대해 정보 공개 청구를 해봤다. 돌아온 답변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공군은 "체력단련장은 경영ㆍ영업상의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 될 경우 회원(군인.예비역 등)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골프장을 만들었지만 경영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말라는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제복을 입은 소방관, 경찰, 군인 중 왜 군인만 골프를 쳐야하냐고 되묻는다. 군 당국이 골프장에 대해 좀 당당해지려면 투명성을 강조하는 먼저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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