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찜통 더위'도 못말린 시프트 청약, '제발 당첨됐으면…'

SH공사 2층에 수백명 모여들어.. "10년간 부은 청약통장이 유일한 희망이에요"

2일 SH공사를 찾은 장기전세주택 청약자들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애들 키울 때는 집 없는 설움이 컸는데 집을 사려고 할 때마다 너무 올라서 물러설 때가 많았죠. 이제는 그냥 편하게 살 수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10년간 부은 청약통장이 유일한 희망이에요." (공항동 거주 60대 여성)장맛비가 오락가락하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2일. SH공사가 천왕ㆍ신내ㆍ마곡 등에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청약현장은 서민들의 애환과 소망이 함께 어우러지며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절전 캠페인으로 냉방이 약한 탓에 SH공사 2층 강당은 말 그대로 '찜통'이었다. 가격과 관리비가 저렴한 공공주택의 인기를 그대로 보여줬다.서류를 작성하는 이들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내집을 꼭 마련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진 듯 복잡한 문서를 작성하다 이내 도우미를 불러 문의를 하는 등 신중한 자세가 역력했다. 도우미들도 정확하게 가르쳐주느라 냉수를 들이키고 연신 부채질을 해댔다. 1순위 모집 첫날인 지난 1일에만 700여명이 다녀갔고 본격 장마가 시작된 2일에도 500여명의 청약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면목동에서 온 60대 여성은 "5년 전에도 신청했는데 경쟁률이 높아 떨어졌다"면서 "이번에는 신내지구 59㎡에 청약했다"고 말했다. "20년 전에 사별하고 15년 전에 자궁수술을 한 뒤로 일을 쉬고 있는데 이사 다닐 때마다 드는 비용도 부담이고 몸도 좋지 않아서 이번에는 꼭 당첨됐으면 한다"고 했다.동대문구 휘경동에서 왔다는 김모(65)씨는 "남편이 사업하다 빚이 늘어나서 집을 판 뒤로 계속 전셋집을 전전했는데 (한번 집을) 팔고 나니 다시 사기 어려웠다"며 "남편이 나이가 많아 고령자 주택으로 신청했는데 앞으로 20년간 이사 안 가고 쭉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장기전세주택 청약접수 현장(SH공사사옥) 찾은 사람들이 서류를 챙기느라 분주하다.

SH공사는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한 고령자나 장애인을 위해 인터넷 청약창구를 개설했다. 강당 밖에 마련된 탁자에서 신청서를 작성한 뒤 번호표를 뽑아 순서가 되면 마련된 컴퓨터에서 청약접수를 할 수 있다. 컴퓨터 다섯대가 두줄로 나란히 배열돼있고 청약자 맞은편에 앉은 도우미들이 모니터를 보며 접수를 도왔다. 접수현장을 찾은 어느 시각장애인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순서를 기다린 뒤 청약에 임했다.준비해야 할 서류는 가족관계증명서, 청약저축확인서, 주민등록등본 초본이다. 미리 뽑아와야 하는 서류들을 챙겨오지 않아 발걸음을 돌린 청약희망자들도 있었다.시프트는 주변 전세시세의 80%가격으로 최대 20년까지 전세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다. 분양전환은 불가능하며 2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한다. SH공사는 무주택자 중 청약통장에 2년 이상 납입한 사람에게는 일반공급, 노부모부양자(혹은 고령자)와 장애인 등에게는 우선공급하고 있다. 청약현장을 찾은 한 노인은 "고령자주택이랑 일반주택 중에 어느 것이 경쟁률이 더 높으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고령자주택'은 무주택자인 만 65세 이상만 청약할 수 있다. 1~2층의 저층을 배정받을 수 있다. 면적은 59㎡, 84㎡다.이번에 SH공사가 공급하는 물량은 ▲신내 3-2단지 475가구 ▲천왕 2-1,2단지 553가구 ▲마곡 1,2,3,14단지 859가구 ▲내곡7단지 241가구 ▲잔여공가 50가구다. 청약일정은 특별공급과 일반공급 1순위가 7월1일~3일, 2순위는 4일, 3순위는 5일이다.일반공급분 중 고령자주택을 제외한 일반주택은 49~84㎡(이하 전용면적 기준), 재건축ㆍ재개발 매입형이다. 1순위는 청약저축 가입 2년 이상, 24회 이상 납입한 경우다. 같은 순위 안에서는 본인과 가구원 소득금액의 합이 가구당 월평균소득 70% 이하인 세대에 우선권이 주어진다. 전용 49㎡를 제외한 일반공급분 청약자격은 청약저축 2년 이상 가입 조건이 있어야 한다. 천왕2-2지구, 신내3-2지구 59㎡와 84㎡는 같은 순위일 경우 미성년 자녀를 3명 이상 둔 세대주 중 미성년 자녀가 많은 순으로 입주자를 선정한다.이외에 서울시 거주기간과 무주택기간, 세대주 나이, 부양가족수, 미성년자녀수, 청약저축 납입횟수에 따라 가점을 매기는 경우도 있다. 59㎡형(내곡7,마곡2ㆍ3ㆍ14,양재1)과 84㎡(내곡7,마곡1ㆍ2ㆍ3ㆍ14), 101㎡(천왕2-2), 114㎡(마곡2,14)가 해당된다.단독가구인 경우 전용면적 40㎡이하의 주택만 신청이 가능하며 이번 청약에서는 내곡7단지 49㎡만 신청할 수 있다. 내곡7단지 전용 49㎡의 경우, 청약통장 보유기간과 상관없이 월평균소득 70%이하인 가구에 우선 공급한다. 남은 주택 있을 시 70~100% 가구에 공급. 해당 소득 범위 내에서는 1순위는 서초구 거주자, 2순위가 관악ㆍ동작ㆍ용산ㆍ강남구 거주자다. 당첨자발표는 오는 9월27일이며 SH공사 홈페이지(www.shift.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입주는 내곡7단지와 잔여공가는 10~11월, 나머지는 2014년부터다.한진주 기자 truepear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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