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네덜란드 국기는 가로로 적색, 백색, 청색으로 만들어졌다. 적색은 전쟁에 나선 국민의 용기를, 백색은 신을 향한 신뢰를, 청색은 조국을 위한 충성을 뜻한다. 어제 저녁 기획재정부 이석준 차관·김낙회 세제실장을 비롯한 세제실 관계자들이 기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차관은 네덜란드 국기 이야기로 간담회를 시작했다.이 차관은 네덜란드 국기와 세금을 연결한 이른바 '세금 이야기'를 역설했다. 세금을 부과하게 되면 사람들의 얼굴이 빨개지고(빨강), 세금 고지서를 받아보는 국민들은 얼굴이 하얘지고(하양), 세금을 낸 뒤에는 얼굴이 파랗게(파랑) 질린다는 것이다.
세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민감하다는 것을 강조한 이야기였다. 누구든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는 주장이다. 최근 기재부는 비과세 감면 폐지, 소득공제를 새액공제로 바꾸는 세제 개편을 진행 중에 있다. 쉽게 이야기해서 세금을 더 걷겠다는 박근혜정부의 의지이다.박근혜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는 없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세금 체계를 바꾸거나 혹은 걷히지 않았던 곳(지하경제)의 세금을 투명하게 관리해 재원을 마련하는 곳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이는 그동안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쉽게 풀리지 않던 숙제였다. 합리적으로 세금 행정과 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이상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면 원칙론만 고집할 게 아니라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벌써부터 국민행복연금(노인들에게 지급하는 복지혜택) 등을 두고 재원 마련과 불어나는 예산을 어떻게 충당하고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복지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과 전망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증세는 없다'는 곳에만 주목하다보면 국가 갈등은 물론 미래에 초래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지금부터라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 차관이 말한 '네덜란드 국기'에 대한 이야기는 국민들이 느끼는 세금 부담을 전달해 주는 강조점이다. 증세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세금은 궁극적으로 한 개인에게 부과되는 의무이기 이전에 전체 나라 살림을 살아가는데 있어 기본적으로 내야 하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비용'으로 해석해야 한다.사회적 합의에 따른 비용은 객관적이고 설득력이 있다면 당연히 내야 한다. 앞으로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증세 논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증세는 없다'가 아니라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설득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추가로 징수되는 세금이 정확히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구체적 항목과 설득 가능한 메시지만 있다면 국민들도 기꺼이 세금을 내지 않을까. 나중에 자신들에게 혜택이 돌아올 '사회적 보험'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지금은 얼굴이 빨개지고, 하얘지고, 파랗게 질린다고 해도 지금 내는 세금이 자신의 노후 생활 보장 등 사회적 시스템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세종취재본부 정종오 기자 ikokid@ⓒ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