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한 천사의 죽음을 떠올리며

남북한 간의 전쟁 발발일인 오는 25일, 그날은 내게는 한 천사, 혹은 천사를 대신해 지상으로 내려온 어떤 이가 우리 곁을 떠난 날이기도 하다. 그가 가고 몇 번의 여름이 지나고 다시 또 맞는 이 여름, 그의 아름다운 노랫말, 가슴을 고동치게 한 현란한 몸놀림은 여전히 경탄스럽지만 나는 그의 천재, '황제'라고 불렸던 그 불후의 재능보다 한 어린이로서 그를 기억한다. 어리디 어린 동심, 순하디 순한 영혼, 만인의 사랑을 받았으나 결국 혼자였고 외로웠던 그를 떠올린다. 그는 세계를 무대로 휘저었으나 우리에 갇힌 작은 새였다. 대저택을 지었으나 단 한 칸 자신의 방이 없었다.  이름이 비슷하다(MJ)는 이유로 혼자만의 일방적인 우정을 가졌던 이방의 친구는 그가 춤추는 걸 볼 때면 뭔가 슬픔이 차올랐다. 아무리 도발적인 몸짓, 다른 이들의 춤이었다면 낯이 뜨거웠을 춤도 그의 몸에서 나왔을 땐 어떤 선정(煽情)도 없었다. 건들거리는 동작조차 개구쟁이 소년의 그것처럼 유쾌했는데, 그러나 그 흐느적거리는 몸짓에서 나는 흐느낌을 듣는 듯했다. 아무리 반짝이는 의상으로도 덮을 수 없는 슬픔이 그 옷을 뚫고 물처럼 새어 나오는 듯했다. 그건 안간힘을 다해 내지르는 아이의 비명과 같은 것이었다.  그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소년이었다. 어린이여서, 그래서 그는 사랑받았다. 그러나 그는 끝내 어린이였기에 죽음을 맞고 말았다. 언제까지나 어린이로 남으려 했기에,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또한 그를 꺾으려 했고, 그의 삶을 짓이겼다. 그는 박수 갈채 속에서도 외톨이였다. 그를 죽인 것은 약물이 아니라 그 외로움이었다.  언젠가 몽롱한 술기운이었는지, 혹은 꿈결이었는지 집으로 돌아오는 늦은 밤 골목에서 낯선 이를 만났다. 그는 자신이 하늘나라에서 왔으며, 그곳 사람들의 소식을 전해 주며 돌아다닌다고 했다. 그 전령이 들려준 얘기 속에 그가 있었다. 천상의 그곳에도 간혹 다툼이나 근심이 있으면 그는 춤과 노래로 사람들을 다시 웃게 해 준다고 하는데, 다만 그 자신은 지상에 두고 온 친구들이 생각나는 듯 그럴 때면 쓸쓸하고 무심한 눈길을 지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에게 전해 달라고 했다. 그는 '날 이렇게 차가운 세상에 남겨두고 떠나야만 했나요(You're not Alone)'라고 했지만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나는 바람에 세상은 더욱 차가워졌다고.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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