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월미은하레일, 단순한 하자 아니다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지금 인천에는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하고 있는 애물단지가 하나 있다.인천역에서 월미도를 순환하는 6.1km 길이의 ‘월미은하레일’이다. 출발은 그럴싸했다. 국내 최초의 도심 관광용 모노레일. 월미관광특구를 활성화하고 인천의 새로운 관광인프라 구축을 위해 안상수 전 인천시장 재임시절 추진됐고 2009년 8월 인천세계도시축전에 맞춰 보란듯이 등장할 판이었다.하지만 개통을 위한 시험운행 중 차량을 유도하는 안내륜 축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후 안전성 논란으로 개통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게다가 인천시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의뢰한 안전성 검증용역 결과 차량·궤도·토목·전기 등 모든 분야에서 은하레일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는데도 책임지는 곳이 없다. 속이 터질 일이지만, 발주처인 인천교통공사와 시공사인 한신공영간에 소송이 진행중이라 법적인 결론이 나와봐야 시시비비를 가려낼 판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열린 토론회에선 더욱 답답한 광경이 목격됐다.인천언론인클럽이 지난 12일 ‘월미은하레일 향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관점에서 월미은하레일을 진단하고 있었다. 전임 시장이 몸담은 새누리당 관계자는 “(인천교통공사)전임자들이 문제의 단초를 제공했다면 현재의 후임자들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3년여를 끌어온 무능력을 보였다”며 현 시정부를 질타했다. 덧붙여 지난 5월 송영길 시장과 기자들이 시승할 때 안전성문제가 제기된 것에 대해선 시가 월미은하레일을 보수한 후 1년간 방치시킨 탓이며, 이는 고장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한 다분히 의도적이고 정치적인 행위라고까지 주장했다. 월미은하레일 인근 상인 대표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고쳐서 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0년 6월 준공검사를 마치고도 아직껏 방치하고 있다며 시공사 보다는 인천시를 더 나무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날 누구보다 눈길을 끈 건 한신공영 관계자의 태도였다. 그는 언론의 비난공세에 억울하기까지 하다는 심정을 내비치며 “(그동안 거론된)하자란 것이 생명을 빼앗아가는 하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차량이 뒤집어지거나 추락할 정도가 아니고, 일부 부속품이 빠지거나 급정지해 불편함을 주는 정도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보수·보강하면 얼마든지 운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언론이나 발주처가 불편함 정도의 하자를 침소봉대해 어떻게든 딴지를 걸고 있다는 것인가?그렇다면, 원래 무인 운전으로 설계된 전차를 유인 운전이 가능하도록 고치는 게 불가피하다는 진단은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또 전기를 차량에 전달하는 집전장치 이상으로 전기 공급이 불안하고 추락사고 위험이 있다는데, 이것이 사람의 생명과 관계없는 단순 하자인 것인가?.인천교통공사 이중호 기술본부장은 “은하레일은 근본적으로 설계부터 잘못된 것이기에 하자수준으로 보수·보강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결론지었다. 월미은하레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놓고 갑론을박이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과 직결될 수도 있는 안전성 문제를 마치 하자 보수하면 괜찮다는 식의 시각은 무책임을 넘어 황당한 수준이다. 애초 이 사업은 검증되지 않은 모노레일 시스템을 도입한 것부터가 모험에 가까웠다. 한신공영이 결함을 고쳐놓겠다고 자신하더라도 얼마나 가능할지 기술력에 의문만 제기될 뿐이다. 박혜숙 기자 hsp066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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