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치 민간인 일기 '국가기록원' 기증 눈길

[아시아경제 김홍재]강진 성전면 김오동씨 서민 생활상 한눈에경·조사비, 곡물수매가격, 당시 뉴스거리 등1977년 결혼 2,000원, 사망 3,000원‥마을 '기억창고' 역할

20세부터 일기를 써 온 김오동씨가 국가기록원에 기증할 일기 일체를 신청하고 있다(위). 김씨가 평생 애지중지 해 온 일기장을 내보이는 모습(중), 실재 60여년 가까이 일기를 써 왔으나 일부 소실된 것을 뺀 나머지 일기장(약 37년간) 전체(아래).

강진군 성전면 김오동씨가 37년간 써 온 소중한 일기장을 안전행정부 산하 국가기록원에 기증·신청한 것이 알려져 화제다.생활고로 인해 초등학교를 중퇴할 수 밖에 없었던 강진군 성전면 김오동(76)씨가 그 주인공. 일기를 통해 하루를 되새기고 한글 공부도 겸했다는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다.20세 때부터 시작한 그의 일기쓰기는 1975년 불의의 사고로 일기장이 소실됐으나, 그 후에도 그의 기록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김씨 일기에는 신문·방송에 보도된 주요 사건, 가족의 경조사, 축·부의금, 곡물 수매가격 등 40여년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의 메모하는 습관 덕에 주변 마을 사람들은 지나간 과거 일을 확인할 때마다 그에게 문의한다. 그야말로 마을의 기억창고 역할을 톡톡히 해 오고 있는 샘이다. 특히 김씨의 일기장에 기록돼 있는 강진의 축ㆍ부의금 변천사는 매우 흥미롭다. 1977년 일기를 살펴보면 결혼에는 2,000원을 사망에는 3,000원의 조의금을 냈다. 80년대 들어서는 5,000원을 냈으며, 가까운 사람이 사망했을 때 1만원을 냈다. 1988년 들어 거의 모든 축ㆍ부의금이 1만원대로 상향했으며 1991년 들어서는 대부분 2만원 추세로 금액 단위가 변한다. 9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 처음으로 3만원대가 보인다. 그러다가 96년 이후부터 3만원대가 일기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2000년대 들어서도 거의 변화가 없고, 종종 5만원을 한 곳도 있지만 3만원이 대부분이다.강진군 박경석 기록연구사는 “김씨의 일기는 시골 농부의 시각에서 바라본 한국 현대사의 변화 모습과 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기초 자료 ”라고 평가했다.일기장은 국가기록원 심의를 거쳐 오는 6월 중 수집여부 결정이 난다. 수집될 경우 최첨단 기록물 보존 및 복원처리시설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되며, 학술연구와 교육, 전시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현재 국가기록원에 수집된 민간기록은 총168,993점이며, 강진군은 앞으로 개인의 기록이 사장되지 않고, 국가기록유산으로 영구히 보존될 수 있도록 국가기록원과 협의하는 등 민간기록물 수집업무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김홍재 기자 np0885@<ⓒ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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