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우 흩뿌릴 제 울며잡고 이별한 님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하는가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여라 매창의 '이화우 흩뿌릴 제'■ 다시 읽는 매창의 사랑(3)=부안에서 여덟 달쯤 머물던 유희경은 급한 전갈을 받고 서울로 올라간다. 매창은 떠나는 남자를 바라보며 이렇게 읊었다. "산들바람 하룻밤 비에 버들과 매화가 봄을 다투네. 이럴 때 가장 견디기 어려운 건, 술잔 앞에 있는 사람과 헤어지는 일이더라." 유희경은 당시 조선 왕실에서도 불러주던 상례(喪禮) 전문가였다. 세도가의 상을 치르러 떠난 그는 이듬해 임진왜란의 난리 속에 휩싸이면서 매창을 만나러 내려오지 못한다. 오지 않는 사람을 무시로 기다리며 매창은 저 시를 읊었다. 배꽃이 비처럼 떨어지던 봄날에 울면서 헤어졌는데 벌써 가을이 되어 낙엽이 비처럼 흩어진다. 몸이 못 오니 마음이라도 오가면 좋으련만, 그 마음이 어디 눈으로 보이던가. 내 꿈들은 한양 어디에서 헤매고 있고 그의 꿈들은 부안 어디를 달리고 있으니, 그 숨 가쁜 왕래들만 부질없이 바쁠 뿐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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