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을 넣고 환호하는 바이에른 뮌헨 공격수 토마스 뮐러[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글쓴이가 독일 축구를 처음 접한 곳은 극장이었다. 신세대 스포츠팬들은 고개를 갸웃하겠지만. 북한의 8강 진출로 기억되는 1966년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린 나라는 잉글랜드였다. 보비 찰튼, 고든 뱅크스, 보비 무어, 조프 허스트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을 앞세워 결승에서 서독을 4-2로 꺾었다. 3골을 터뜨린 허스트의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우승을 놓쳤지만 서독의 실력은 꽤 출중했다. 통일 독일을 꿈도 꾸지 못할 때였지만 서독만 해도 프란츠 베켄바워, 우베 젤러, 볼프강 오베라스 등 빼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많았다. 선수단은 잉글랜드를 맞아 2-2로 맞서며 연장에 돌입했으나 이내 불운을 맞았다. 전반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 위에 떨어진 허스트의 슛을 주심과 부심이 상의 끝에 골로 인정했다.그해 월드컵은 우리나라 날짜로 7월 31일 끝났다. 대회 전반을 담은 기록 영화를 언제쯤 국내에 들여와 상영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해 가을쯤인 것 같은데 부산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있던 글쓴이는 서면 로타리에 위치한 어느 극장에서 그 영화를 봤다. 널찍한 컬러 화면에 펼쳐지는 선수들의 플레이는 당시 글쓴이가 구덕종합운동장에서 직접 관람한 부산상고와 경남상고의 지역 라이벌전 혹은 청소년대표 선발전 등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수준이었다. 허스트의 결승골이 ‘골이냐, 아니냐’ 논란이 있었단 얘기는 그 뒤에 알게 됐다. 당시엔 슈팅, 패스 하나하나가 그저 신기한 기술로 느껴졌다.영화 속에서나 접할 수 있던 서독 축구는 1969년 스크린을 박차고 나와 글쓴이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해 6월 한 신문사의 초청으로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가 한국에 왔다.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동대문운동장에 야간 조명시설이 막 갖춰졌을 때였다. 세계적인 클럽의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에 운동장은 만원을 이뤘다. 육상 경기용 트랙까지 관중이 들어찼다. 그 무렵 골키퍼 이세연을 비롯해 김정남, 김호, 김정식, 서윤찬, 김기복, 임국찬, 이이우, 이회택, 박이천, 정강지, 정병탁 등 사실상 국가대표 1진이던 ‘양지’는 국제군인축구선수권대회(그리스) 출전 포함 105일간의 유럽 전지훈련을 치르고 있었다. 그래서 경기엔 국가대표 2진급 선수들이 출전했다.
차범근-오은미 부부(사진=정재훈 기자)
결과는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의 3-1 완승. 특히 귄터 네처는 코너킥을 골로 연결하는 ‘묘기’로 4만여 관중을 깜짝 놀라게 했다. 감아 찬 공이 골키퍼 뒤로 돌아 반대편 포스트 안쪽으로 들어갔다.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 이세연이 빠져 그 같은 골을 내줬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네처의 킥은 분명 날카로웠다. 이때 기자들이 붙인 이름이 ‘바나나킥’이었고 이제는 이 용어가 사전에도 올라 있다. 1년 뒤 멕시코에서 열린 1970년 월드컵은 국내 축구팬들에게는 잊지 못할 대회다. MBC가 멕시코와 소련의 개막전부터 브라질과 이탈리아의 결승전까지 모든 경기를 생중계 또는 녹화 중계했다. 비록 흑백 화면이었지만 그동안 봐 왔던 화면과는 선명도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컬러로 들어오는 현지 중계방송 화면을 흑백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현상이었다. 이 대회에서 서독은 이탈리아와 준결승에서 맞붙었으나 난타전 끝에 3-4로 졌다. 그리고 4년 뒤인 1974년 월드컵 결승에서 네덜란드를 2-1로 꺾고 우승을 거뒀다. 그 주역은 게르트 뮐러였다. 시간이 흘러 글쓴이는 ‘주간스포츠’에서 막내 기자로 일했다. 1979년 어느 날 차범근-오은미 부부가 편집부를 찾아왔다. 축구 담당 이의재 선임기자에게 출국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차범근이 분데스리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1980년대 중, 후반 바이에르 레버쿠전에서 활약할 때 글쓴이의 ‘스포츠서울’ 동료 기자 이보상은 ‘차범근의 슈팅 메시지’를 매주 마감하느라 고생깨나 했다. 독일 축구는 그렇게 국내 팬들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독일 클럽인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2012-13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스페인 클럽인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각각 4-0과 4-1로 꺾었단 뉴스를 접하고 떠오른 독일 축구에 대한 단상들이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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