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수원, 10년만의 지지대 더비 위한 스토리

안양FC 서포터즈 '레즈' (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홈팀 안양FC의 상대는…수원 블루윙즈입니다."1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3 하나은행 FA컵 32강 조 추첨식. 추첨 결과가 나오는 순간. 장내엔 나지막한 탄성이 터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란 의미의 웃음소리도 들렸다. 안양 측 관계자들은 뛸 듯이 기뻐했고, 수원 측은 알듯 말듯 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10년 만에 '지지대더비'가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안양FC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수원 블루윙즈가 5월 8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FA컵 32강 맞대결을 펼친다. 과거 안양과 수원은 K리그에서 손꼽히는 라이벌 의식을 자랑하는 지역이었다. 1996년 LG치타스가 안양에 둥지를 트고, 같은 해 수원 삼성이 창단되며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됐다. '지지대더비'란 명칭은 수원과 안양을 잇는 1번 국도의 고개인 '지지대'에서 이름을 땄다. 뜨거운 더비전의 도화선은 수원 창단 멤버이자 코치였던 조광래 감독이 1997년 안양 지휘봉을 잡으면서부터였다. 수원 시절 김호 당시 수원 감독과 유독 끈끈한 사이였기에 여파는 더욱 컸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도시에, 삼성-LG라는 재계 라이벌 구도까지 더해졌으니 치열함은 당연한 결과였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사건이 다름 아닌 1999년 서정원의 수원 이적이었다. 서정원은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안양의 간판 스타였다. 1998년 프랑스리그에 진출했던 그가 이듬해 국내로 복귀하며 선택한 팀은 안양이 아닌 수원이었다. 안양팬들은 서정원의 유니폼 화형식까지 치르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때부터 안양과 수원은 둘도 없는 앙숙이 됐다.1999년엔 수원이, 2000년엔 안양이 K리그 정상에 오르며 자존심을 세웠다. 역대 전적에선 수원이 16승11무11패로 안양에 근소하게 앞섰지만, 내용 면에선 화끈한 경기가 계속됐다. 두 팀 서포터즈 '그랑블루'(수원)와 '레즈'(안양)의 장외 응원 대결은 또 다른 볼거리였다.

수원 서포터즈 그랑블루(사진=정재훈 기자)

특히 2000년은 '지지대더비'가 명품 경기를 쏟아낸 시기였다. 4월 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맞대결. 두 팀은 전반 16분부터 28분까지 불과 12분 동안에만 6골을 주고받았다. 안양이 골을 넣으면 1분 만에 수원이 만회골을 넣는 상황이 세 차례나 반복됐다. 3-3으로 맞선 채 돌입한 후반, 수원은 후반 3분 비탈리의 역전골에 이어 후반 41분 이경우가 쐐기골을 터뜨렸다. 안양은 1분 뒤 최용수가 만회골을 넣었지만 추격은 거기까지였다. 결국 경기는 수원의 5-4 승리로 끝이 났다. 약 6개월 뒤인 9월 30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리턴 매치. 이번엔 수원이 선수를 쳤다. 전반 20분 류웅렬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가만있을 안양이 아니었다. 전반 30분과 43분 최용수의 연속골이 터지며 경기를 뒤집었다. 후반 9분 데니스의 동점골로 경기는 2-2. 종료 9분여를 남기고 최태욱의 도움을 받은 쿠벡의 역전 결승골로 3-2 안양의 복수는 완성됐다. 마지막 지지대더비는 2003년 10월 8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경기는 수원의 2-1 역전승으로 끝났고, 두 팀 팬들은 여느 때처럼 경기 후 장외 충돌까지 불사했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두고 보자'라며 등을 돌렸다. 그때가 마지막인 줄 몰랐다. 이듬해 안양LG란 팀은 FC서울로 이름을 바꿨고, 안양종합운동장엔 정적이 찾아왔다.두 팀 간 라이벌의식은 '슈퍼매치'란 다른 이름으로 이어졌지만, 안양-수원의 '지지대더비'는 10년 간 열리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올해 2부 리그 K리그 챌린지의 출범과 함께 안양FC가 창단되며 반전의 계기를 맞았다. 그리고 두 팀의 재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권익진 안양 사무국장은 "오늘 새벽에 관악산에 오르며 서울 혹은 수원과 만나게 해달라고 빌었다"라고 웃은 뒤 "진정한 지지대 더비가 부활해 의미가 남다르다"라며 감격해했다. 최원창 수원 홍보마케팅팀장 역시 "축구계에 좋은 스토리가 다시 만들어지게 돼 기쁘다"라며 "예전 앙숙 관계로 너무 과열된 양상보다는, 축제의 장이 마련됐으면 한다"란 소감을 전했다. 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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