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시프트 '찬밥'‥공공임대 '훈풍'

서울시, 주택 정책도 '오세훈 색깔' 지우고 박원순식 정책으로 전환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이 박근혜 대통령의 '행복주택'으로 바뀌듯, 서울시의 주택 정책도 오세훈 전 시장 색깔 지우기가 한창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 전 시장 시절 도입돼 한때 큰 인기를 끌었지만 각종 부작용이 노출된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제도에 대해선 임대료 인상을 통해 사실상 유명무실화하는 한편 공공임대주택 등 기존 제도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이와 관련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최근 수도권 전셋값 상승 등을 이유로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전세보증금을 대폭 인상하고 있다. 우선 입주한 지 2년이 지난 시프트 입주민들과 재계약을 하면서 전세보증금을 최소 5%에서 많게는 10%까지 올려받고 있다. 주로 현재의 보증금이 주변 시세의 50%에 미치지 못하는 주택 세입자들에게 10% 인상을 통보하고 있다. 주변 시세의 50%를 초과하는 입주민들에 대해선 5% 인상안을 통보했다. 시프트 입주민 A씨는 "내 집 마련할 형편이 못 되는 가난한 서민들에게 적은 돈으로 편안히 오랫동안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게 시프트 제도인 줄 알고 안심하고 입주했는데 2년 만에 1000만원이 넘는 목돈을 더 내놓으라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 투자 기관이 서민들에게 이렇게 일방적으로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SH 공사는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당초 주변 전세 시세의 70% 정도에 공급했었지만, 몇년새 수도권 전셋값 폭등의 영향으로 주변 주택들의 전세 시세가 급등하는 바람에 현재는 시프트 주택들의 전셋값이 주변 시세의 50%에도 못 미치는 곳들이 많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법적 인상 한도가 연 5%여서 2년 계약 기간 종료 시 최대 10%까지 인상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SH공사는 올해부터는 아예 공급 당시부터 시프트 물량의 전세보증금을 이전에 비해 크게 올린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주변 시세의 50~60% 수준으로 책정해 왔던 전용면적 60㎡ 미만 시프트의 전셋값을 80% 수준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강북권은 현 1억원 미만에서 1억5000만원대로, 강남권은 1억3000만원대에서 2억원대로 각각 전세 보증금이 인상될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 지원을 받는 국민임대 물량을 장기전세로 돌려 싼 값에 공급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프트 제도는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오 전 시장 시절 도입된 시프트 제도가 고소득자ㆍ중산층까지 입주가 가능해 저소득층 주거 복지 지원이라는 지자체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난다는 비판을 받아 온 점, 사업 주체인 SH공사가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프트에 대한 열기가 과열되면서 일부 지구에선 개발정보를 미리 입수한 부동산 업자들이 개발공고가 뜨기전에 철거될 주택을 미리 사들여 철거민들에게 주는 시프트 '특별입주권'을 고액의 알선비를 받고 판매하는 바람에 입주 자격이 없는 고소득자라도 청약통장도 없이 입주가 가능해 지는 등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반면 서울시는 영구임대 이외의 공공ㆍ재개발ㆍ국민 임대주택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임대료를 13~16% 내리기로 하는 등 기존 서민 주택 복지 정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2014년까지 84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47개 사업이 포함된 '공공임대주택 종합개선대책'을 지난 11일 발표했다.서울시는 통합경비실을 운영하고 잡수입을 활용해 관리비는 최대 30% 절감하기로 했다. 또 영구임대주택에 다자녀가구, 신혼부부도 함께 거주하도록 했다. 특히 SH공사가 독점했던 공공임대주택 관리에 경쟁체제를 도입키로 했다.서울시는 우선 영구임대 이외 다른 주택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해 임대료를 13~16%가량 깎아 주기로 했다. 세대당 평균 4만6700원선인 임대주택 관리비도 30%까지 낮춰줄 계획이다. 영구임대아파트 입주자격도 신혼부부, 3자녀 가구 등 젊은 세대들로 확대해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사는 곳으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특히 그동안 SH공사가 전담해 왔던 임대주택 관리를 경쟁을 거쳐 주택관리 전문 업체에 위탁하기로 했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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