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한유(韓愈 768-823)의 '버들길(柳巷)'

버들길에 버들솜 다시 날리네봄이 허락하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부하직원들아 업무보고를 잠깐 멈춰주게난 지금 봄을 보내는 시를 짓고 있다네柳巷還飛絮春餘幾許時吏人休報事公作送春詩■ 새침한 추위가 무시로 파고들긴 하지만, 봄은 봄이다. 꽃이 난만(爛漫)한 풍경을 보면 기쁜 가운데서도 슬픔이 돋아난다. 이 아름다운 꽃을 나의 생에서 몇 번 더 볼 수 있을까라고 늘 질문했던 '두보(杜甫)콤플렉스'가 마음 깊은 곳에서 발동을 하기 때문이다. 꽃이 피어있는 시간은 짧지만, 내년 봄이 되면 다시 피니 서러울 건 없다. 서러운 건 딱 한번밖에 못 피는 사람의 생이다. 서러워만 하고 있을 참인가. 지금 눈앞에 핀 아름다운 것들을 기꺼이 즐겨라. 삶의 결 속에 빼곡히 아름답고 무상한 것들을 아로새겨라. 그것이 짧은 인생을 깊이 누리는 법이 아니던가. 이맘때만 되면 한유의 이 시가 떠오른다. 봄이 허락하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느냐고 묻는 그 질문은, 삶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할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그래, 업무도 중요하지만, 이런 날엔 봄을 송별하는 시를 한 편 쓰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내 맘이 딱 그렇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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