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쌍용차 천막농성장 철거, 끝이 아니다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절절한 외침이 터져나오던 천막농성장은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루 사이 농성장은 화단으로 변했다. 5일 오전 덕수궁 대한문 앞은 흙을 고르고 꽃을 심는 구청직원들과 경찰병력으로 북적였다. 밀려난 노동자들은 멀찍이 떨어져 이 광경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눈빛은 한없이 애처로웠다.  서울 중구청은 전날인 4일 새벽 기습적으로 농성장을 강제철거했다. 동이 틀 무렵 공권력으로 무장한 50여명의 직원들에게 조그만 천막을 걷어내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천막은 현장에 있던 3명의 노동자가 대응할 겨를도 없이 15분여 만에 주저앉았다.  중구청의 철거 명분은 도로법 상 보행자 통행에 지장을 주는 불법시설물이라는 이유였다. 법적으로 철거가 별 문제될 건 없다. 또 지난해 말부터 자진철거 유도를 위해 농성자들을 설득해 온 중구청의 노력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갑작스런 해고와 동료의 죽음, 사회의 무관심에 신음하는 이들에 대한 대응치곤 너무 가혹했다. 더구나 해당구청 공보실조차 집행일정을 몰랐을 정도로 철거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듯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관청의 따뜻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엇이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게 했나. 중구청을 원망해야 할까. 아니면 거꾸로 쌍용차 노동자들의 과격성을 비판해야 할까. 반성해야 할 것은 이 양자의 너머에 있다. 결국 문제는 우리사회의 '문제해결 능력' 부족에 있는 것이다. 예컨대 이 문제를 책임 있게 풀어야 할 정치권 인사들이 한 일은 가끔 들러 악수하기 정도가 전부였다. 농성장이 조성된 지난해 4월 이전부터 쌍용차 문제를 둘러싼 수많은 논란이 제기됐지만 논란은 논란으로 그쳤을 뿐 합리적인 해법을 내놓지도 못했다.  농성장 철거로 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본다면 그건 너무도 안이한 생각이다. 철거는 오히려 이 문제를 더욱 진지하게 고민해야 함을 제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대한문 앞 새 화단의 꽃에서 우리는 꽃다운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나석윤 기자 seokyun1986@<ⓒ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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