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축산 강국 이스라엘의 비결은 첨단 기자재산업

남인식 농협중앙회 축산컨설팅부장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농림축산업의 신성장 동력화를 위한 다양한 과제가 선정돼 적극 추진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농식품 분야의 첨단 산업화를 위한 종자ㆍ식품ㆍ기자재 등 고부가가치분야에 집중 투자키로 한 것은 참으로 시의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축산분야 기자재 산업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농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많은 관심과 집중적 지원이 필요하다. 젖소 한 마리를 사육해 연간 우유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북미나 유럽에 있는 나라가 아닌 이스라엘이다. 이 나라는 축산하기에는 최악인 사막 기후조건에서 사양 관리와 기자재 기술을 연구 개발해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에서는 우유를 자동으로 착유하는 낙농장비에서부터 생산된 우유를 현장에서 바로 분석해 질병여부를 판별하는 장비, 젖소의 최적 임신가능시기를 진단하는 기기, 생산성에 따라 사료급여량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최첨단 기계장비 등을 활용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스라엘 전체에서 사육하는 젖소가 우리나라 사육규모의 4분의 1 정도인 10만두에 불과함에도 이러한 첨단 장비를 산업으로 키웠고, 동남아시아 국가에 젖소 20만두 규모의 시설과 장비를 수출했다는 사실이다. 축산업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우리나라 축산업이 지난 30여년간 발전한 성과는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하다. 한우의 체중은 지난 30여년간 2배가 늘어 훌륭한 고기소로 개량됐고 젖소도 지난 60년대 1000두에 불과했던 사육두수가 40만두로 늘었다. 한 마리가 생산하는 우유량도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됐다.  국내 축산업은 올해 추정 전체 농업생산액의 36.7%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우유는 국민 1인당 연간 소비량이 쌀 소비량과 거의 같은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축산 기자재 산업의 발전은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축산물의 안정적인 공급과 생산비 절감을 위해서는 관련 기자재 산업 발전이 절실한데 아직 축산농가에서 쓰는 장비들은 국산보다 수입품이 많아 가격이 비싸고 정비 서비스 등이 불편하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 우유를 생산하는 낙농가들 중 일부는 노동력과 생산비 절감을 위해 로봇을 활용해 우유를 착유하고 있다. 착유 로봇을 사용하면 아침저녁으로 착유하는 수고가 덜어지는 것은 물론 젖소가 수시로 먹이를 먹는 동안 편안하게 착유를 할 수 있다. 착유 로봇은 생산성 증대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동물복지 측면에도 바람직해, 낙농 선진국에서 많이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착유 로봇은 국내에서 생산된 것이 없어 도입 가격이 비싼 것은 물론 운영하는 농가로서는 고장이 나면 신속하게 서비스를 받는 데 여간 애를 먹는 것이 아니다.  또 한우 농가들은 판매가격이 높은 고급 품질의 고기가 얼마나 생성되었나를 미리 알기 위해 출하하기 전에 인체에 쓰는 것과 비슷한 초음파 진단기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진단기는 대부분이 국산보다는 수입품이 많아 농가가 활용하기 어렵고 활용성이 떨어진다. 양돈농가는 돼지를 기르는 축사 전체를 처음부터 외국산으로 설계하고 모든 자재를 수입해 설계 시공하는 경우가 많다.  축산 기자재 산업이 낙후된 것은 축산농가들이 필요로 하는 품목들이 다품목 소량이고, 생산업체가 영세하고 난립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정부나 관련업계의 체계적인 지원이나 관심부족도 원인이다. 축산업이 성장하는 단계에서 관련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와 지원이 있었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상황에서 국내 축산 기자재 산업이 성장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동안 이런 분야에 대한 지원은 전무했다. 세계 각국은 단백질 식품 수요가 늘어나자 국가 정책사업으로 축산업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축산 기자재 산업이 조금만 뒷받침된다면 우리도 이제까지의 축산 발전 경험을 보태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축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 새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과 관심을 기대한다.남인식 농협중앙회 축산컨설팅부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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