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잘했어!"24일 파주NFC. 최강희 감독의 만족스런 외침이 훈련장에 울렸다. 날카로운 순간 동작에 이은 깔끔한 헤딩슛. 지켜보던 선수들의 박수가 뒤따랐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손흥민이었다. 스스로도 마음에 들었는지 두 손을 들고 껑충껑충 뛰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최 감독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졌다.손흥민은 단순한 대표팀의 막내가 아니다. 한국 축구에서 가장 기대를 받는 유망주다. 바탕엔 분데스리가에서의 맹활약이 있다. 올 시즌 25경기 9골, 불과 21살 나이에 유럽 빅리그 두 자리 득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내로라하는 명문 구단도 그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자연스레 시선은 대표팀에서의 활약에 쏠린다. 당장 붉은 유니폼을 입고 최전방을 마음껏 휘저어주길 기대 받고 있다. 실상은 다르다. 손흥민은 2010년 12월 시리아전 A매치 데뷔 이후 약 2년 간 단 한 골에 그쳤다. 무엇보다 활약을 펼칠 시간이 부족했다. A매치 12경기에 선발 출장은 단 세 번. 풀타임 출장은 1회에 그쳤고 대부분 후반 교체 투입이었다. 26일에 있을 카타르와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 역시 벤치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일각에선 손흥민에게 온당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음을 비판한다. '최강희-이동국'의 신뢰 체계가 지나치게 공고하다는 이유를 들기도 한다. 수많은 담론 속에 억측과 오해만 늘어가고 있다. 최 감독은 답답했다. 그는 "선수마다 저마다의 특징이 있고 장단점이 다르다"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공격수의 경우 밀집 수비 속에서도 등을 진 채 공을 잘 지켜내는 선수가 있는 반면, 수비 뒤쪽의 넓은 공간을 침투하고 드리블로 밀고 들어가는 능력이 좋은 선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후자라는 게 최 감독의 진단이다. 그래서 고민이란 말도 덧붙였다.
그는 "솔직히 아시아팀 가운데 한국을 상대로 수비적이지 않은 팀이 몇이나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대부분 아시아 팀들은 한국에 비해 객관적 전력이 크게 처진다. 때문에 하나같이 전체 라인을 내려 골대 부근에서 밀집 수비를 펼친다. 수비 뒷공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손흥민의 장점을 살릴 수 없는 환경이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의 A대표팀 합류 이후 한국은 아시안컵-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주로 치렀다. 당연히 손흥민이란 자원을 십분 활용하기 쉽지 않았다. 반대로 그가 크로아티아·스페인전에 선발 출장하고,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도르트문트·프랑크푸르트·마인츠 등 강호를 상대로 6골이나 넣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대표팀에서 손흥민을 원톱이 아닌 측면에 자주 기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이동국·김신욱 등에 비해 포스트 플레이가 뛰어난 편은 아니다. 밀집된 지역에선 오히려 고립되기 쉽다. 대안은 비교적 틈새가 넓은 측면이다. 그런데 현 대표팀엔 이청용·지동원·이근호 등 그를 대체할 측면 자원이 충분하다. 자연스레 기회는 줄어든다. 결국 손흥민을 향한 주변의 찬사와 당장 아시아 예선에서의 활용도는 별개인 셈이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을 뛰어넘을 재능은 충분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발현되기엔 조금 더 경험이 필요하다. 최 감독은 이런 환경을 고려치 않은 지나친 기대가 오히려 선수와 팀에 독이 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손흥민과 개별 면담도 하지 않는다. "그렇잖아도 선수 본인이 부담을 갖고 있는데, 나까지 평을 하면 안 된다"라는 게 이유다. 그는 "내가 그런 부담을 떨쳐줘야 하는데, 현재 대표팀이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더 안타깝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손흥민은 지난 18일 대표팀 소집 당시, 대표팀만 오면 부진한 활약에 대해 "시간과 노력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자기 진단이다. 손흥민이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기엔 아직 분위기가 여물지 못했다. 더불어 자신이 가진 약점을 넘어 한 단계 높은 선수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 손흥민에게 시간은 찾아오지 않았을 뿐이다.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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