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스팸광고 '친구추천'합니다

개인정보 다 벗겨놓고 차단책은 달랑 신고기능뿐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대학생 A군(21)은 얼마 전 카카오톡을 하다가 화들짝 놀랐다. 친구 추천에 고교동창 '은이'가 떠 친구추가를 했더니 헐벗은 여성 사진과 함께 민망한 멘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번호가 바뀌었거나 계정을 새로 만든 것이라 생각하고 무심결에 버튼을 누른 것이 화근이었다. 은이는 A군의 고교동창이 아닌 퇴폐업소 광고 메시지였다. A군은 어떻게 친구 목록에 광고가 떴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개인정보가 유출된 건 아닌지 불안하고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대표 이제범·이석우)가 운영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친구추천' 서비스가 불법 광고의 온상이 되면서 사용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분별한 성인광고와 대출 스팸이 난무하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모바일게임 애니팡의 흥행만큼 시도때도 없이 울려대는 '하트' 도착 알람에 시달리던 것이 잠잠해지자 이번엔 카카오톡 친구추천이 말썽인 것이다. 카카오톡 사용자라면 한 번쯤은 적나라한 성인광고 메시지에 얼굴을 찌푸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카카오톡의 친구추천은 '내 번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카카오톡 계정이 자동으로 뜨는 서비스다. 잊고 지내던 친구를 찾아주는 반가운 소식통이던 카카오톡 친구추천이 각종 음란물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더 이상 달갑지가 않게 됐다. 카카오톡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였던 내 번호를 아는 사람들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접근성이 이제는 카카오톡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톡에 성인광고가 친구추천을 통해 판치고 있다. 주부 B씨(36)는 몇일 전 초등학생 아들이 보여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성인사이트 광고업자 수십 명이 친구추천에 떠 있었기 때문이다. 낯 뜨거운 프로필 사진으로 도배돼 있었고, 사용자 이름도 '텐프로' '오빠와' 자극적인 이름 일색이었다. B씨는 "무심코 메시지 안의 URL을 클릭했는데 윤락 업소를 광고하는 사이트가 떠 깜짝 놀랐다"며 "카카오톡 사용자라면 친구추천 속의 헛벗은 여성들을 누구나 만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작위로 이뤄지는 친구추천은 성인과 청소년을 가리지 않는다. 호기심이 왕성한 청소년들에게 되레 '찾아가는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성매매 여성들과 쉽게 친구가 될 수 있고 채팅을 통해 곧바로 성매매로 이어질 수 있다. 중학교 교사인 C씨는 "요즘 중학생 대부분이 카카오톡을 하는데 다 이런 사진을 볼 것 아니냐"며 "일일이 확인해서 삭제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표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직장인 D씨는 "친구추천에 포함된 지인의 이름으로 문자가 와서 열어 봤더니 대출 스팸이더라"며 "대출업자들에 개인정보가 유출된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카카오가 자동으로 추천목록에 뜨는 불법광고 사용자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톡은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번호를 가지고 있지 않고 무작위로 전송되는 친구추천을 차단하는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톡은 최근 프로필 사진이 음란하거나 유해한 경우 이를 스팸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하지만 회사 자체에서 사용자들을 모니터링해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스패머들이 흔한 이름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수법을 사용하는데 자동으로 친구추천 목록에 뜨는 불법광고를 차단할 방법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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