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빚 탕감, 부도덕 솎아내고 자활 지원해야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로 정부가 추진 중인 가계부채 탕감 대책과 관련해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국민행복기금'이라는 것을 만들고 이를 통해 장기연체 채무를 탕감해 준다고 하니 이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채무탕감의 대상이 되기 위해 고의로 연체를 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탕감 대책의 일환으로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 줄 것을 기대하고 서둘러 대부업체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아가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 최근 이런 행태가 우려할 만한 정도로 늘어난 데는 박 대통령의 장관 인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데다가 국회 인사청문회가 늦어지면서 새 정부의 구성이 지연된 것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새 정부가 가동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가계부채 탕감의 기준과 국민행복기금의 운영방식이 구체적으로 정해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회의가 열리고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다음 주엔 임명될 전망이니 가계부채 탕감 대책도 속도를 내게 될 것이다. 안보 등 급한 현안이 많긴 하지만 가계부채 해소 역시 새 정부의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탕감의 원칙과 기준, 실시방식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을 가급적 빨리 확정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는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게 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시점 이후의 채무상환 연체자, 고금리 대출 차입자, 프리워크아웃 신청자 등에 대해서는 엄정한 심사를 통해 채무탕감 대상 여부를 가리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한정된 재원으로 정말로 채무탕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채무탕감 혜택이 돌아가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아울러 상환조건 조정을 포함한 채무탕감 대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가계부채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되기 위해서는 보완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채무탕감 대상자로 하여금 신용을 스스로 회복해 개인재무 차원의 자활을 이루게끔 지원하는 조치다. 예컨대 소득 창출을 돕기 위한 고용 알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 외에 사회복지와 관련된 정부 부처의 행정력도 필요하다면 동원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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