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br />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이겼지만 목적을 이루진 못했다. 상대를 파악하고도 다르게 대처했다. 서둘렀다. 6점차 이상 승리에 대한 부담에 경기를 스스로 그르쳤다.대표팀은 5일 오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열린 대만과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마지막 경기에서 3-2 역전승을 거뒀다. 7회까지 0-2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이대호의 적시타와 강정호의 투런 홈런으로 막판 경기를 뒤집었다. 이어진 마무리 오승환의 무실점 호투에 승부는 그대로 마침표를 찍었다. 짜릿한 역전승. 하지만 2라운드 진출은 깨끗이 무산됐다. 2승 1패를 거뒀지만 (득점÷공격 이닝)-(실점÷수비 이닝)의 수치인 TQB(Team's Quality Balance)에서 밀려 B조 3위로 일찌감치 대회를 마감했다.마지막 자존심을 지켰지만 6점차 이상 승리가 목표였던 점을 감안하면 졸전이었다. 대표팀은 상대 선발투수 양야오쉰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수준급 구위와 불안한 제구. 대처는 미흡했다. 점수를 많이 내야 한단 부담 때문인지 타격과 주루에서 자주 성급한 모습을 보였다. 양야오쉰은 예상대로 시종일관 불안한 제구를 보였다. 직구, 슬라이더, 투심패스트볼, 체인지업 모두 그랬다. 포수 가오즈강의 바깥쪽 투심패스트볼 요구에 이용규의 등을 맞췄을 정도였다. 약점이 확연하게 드러났지만 대표팀의 공략은 효율적이지 못했다. 열한 차례 대결에서 네 차례나 3구 이내 아웃으로 돌아섰다. 특히 1회 이용규와 이승엽은 모두 2구 만에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더그아웃에서 대기하던 동료들에게 양야오쉰을 관찰할 충분한 기회를 주지 못했다.양야오쉰은 제구가 불안했지만 수준급의 구위를 뽐냈다. 시속 140km 초반의 직구는 포수 미트에 묵직하게 꽂혔다. 체인지업, 슬라이더의 움직임도 비교적 예리했다. 충분히 예상됐던 투구 내용. 양야오쉰은 지난 시즌 일본 프로야구에서 직구 피안타율 0.246을 기록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은 0.106과 0.087. 구위가 제구 불안을 메울 만큼 빼어났다고 할 수 있다.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대표팀은 적잖게 양야오쉰의 공을 통타했지만 안타로 연결하지 못했다. 그 사이 투구 밸런스를 이어간 양야오쉰은 조금씩 제구력을 회복해갔다. 특히 2회 1사 김현수와 맞대결 2볼에선 내리 스트라이크 3개를 던져 루킹 삼진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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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야오쉰은 3회 2사 1, 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대표팀의 배트 때문은 아니었다. 제구 불안에 스스로 무너졌다. 2사에서 이용규에게 몸을 맞는 볼을 내주더니 이내 볼 7개를 연속으로 던져 왕징밍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승엽이 3루수 파울 플라이로 돌아서 실점은 기록되지 않았다. 대표팀의 성급한 플레이에 불안한 피칭이 역투로 포장되는 순간이었다.조급한 플레이는 주루에서도 발견됐다. 1회 1사에서 볼넷을 고른 정근우는 이대호 타석에서 2루를 훔쳤다. 하지만 송구가 뒤로 빠진 틈을 타 3루로 쇄도하다 이내 태그 아웃됐다. 주루코치는 대만의 커버플레이가 빠르게 이어졌단 점을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3루 진루를 재촉했다. 정근우 역시 공이 빠진 것만 확인하고 달리기 바빴다. 그 사이 대표팀의 상승세는 뚝 끊어졌다. 양야오쉰이 흔들리고 타자가 이대호였단 점을 감안하면 뼈아픈 실수였다. 부주의는 5회 한 차례 더 나왔다. 1사에서 3루수 실책으로 출루한 정근우가 이대호의 우중간 안타에 홈까지 파고들다 태그 아웃됐다. 이때 대표팀에 필요한 건 한 점이 아니었다. 굳이 승부수를 띄우기보다 1사 1, 3루 찬스를 중심타선에 넘겨 상대를 더욱 압박해야 했다. 우익수 장젠밍의 어깨가 강한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무리수를 내밀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당장 눈앞에 놓인 먹이에 눈이 멀고 말았다. 결국 소중한 기회를 잃으며 분위기 반전에 실패, 2라운드에서 멀어지고 말았다.이종길 기자 leemea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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