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3시쯤 서울 용산구 한 대형마트에 장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세종대왕 몇 장이면 충분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신사임당은 있어야 대형마트에서 웬만한 장을 볼 수 있다.2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는 물건을 포장해 담아 가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이들 대부분은 작은 박스 상자를 만들어 산 물건을 담았다. 담을 물건이 몇 개 없었기 때문이다. 작은 상자도 필요 없어 자신이 가지고 온 장바구니 하나면 충분한 사람들도 있었다.실제로 필요한 물건을 담아 봤다. 두부, 고추장, 포기김치, 밀가루 등을 포함해 어릴 때부터 즐겨 먹던 새우깡, 초코파이 그리고 맥주와 소주 등. 이들 제품을 다 담으니 5만1320원. 지난해 같은 기간 대형마트에서 똑같이 샀다면 4만6960원이면 충분했다. 전년대비 약 8.5% 올랐다.1년 사이 오르지 않은 품목은 거의 없다. 신선식품은 물론 가공식품까지 가격이 올라 마음이 무거운 소비자들의 장바구니는 점점 가벼워졌다. 물건을 몇 개 담지도 않았는데 이미 5만원이 훌쩍 넘었다. 당연히 카트에 담긴 물건의 개수도 줄었다.
이날 대형마트에서 만난 사람들은 물가가 오른 것을 직접적으로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용산구에 사는 배복희씨는 매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다. 혼자 살기 때문에 그날 저녁거리와 내일 아침 장을 보고 간식거리를 산다. 예전에는 1만원만 하면 충분했던 하루 장보기가 이제는 2만원을 훌쩍 넘어 3000원~4000원을 더 보태야 한다. 배 씨는 "혼자 살아서 많이 사지도 않는데 제품 가격이 너무 올라서 장보기가 겁난다"며 "더 아껴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자율포장대에서 제품을 포장하던 한 주부는 "대형마트에 와서 장을 보면 확실히 물가가 오른 것을 느낄 수 있다"며 "다만 먹을 것은 줄일 수가 없어서 다른 지출을 줄인다"고 했다. 그는 옷이나 생활용품을 덜 사고 먹을 것을 산다고 한다. 그는 이어 "그래도 대형마트는 싸니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오는데 과자 같은 건 요즘 잘 안 산다"고 언급했다.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김영수씨는 "월급 빼고 다 올랐다"며 "10만원이면 넉넉하게 일주일 먹을 장을 봤는데 요즘엔 몇 개 제품을 사지 않아도 10만원이 넘어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협약 임금 인상률은 4.7%였다. 그는 "필요한 거 다 사면 15만원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첨언했다.다만 다양한 제품을 한 번에 많이 사는 사람들은 물가가 오른 것을 덜 체감하고 있었다. 삼겹살 등 가격이 많이 내린 제품을 대형마트에서 사게 되면 가격이 상쇄되기 때문이다.아이 셋을 키우는 맞벌이 주부 김미경씨는 "집 앞에서 물건을 조금씩 살 때는 과자나 음료수 등 가격이 오른 것을 알았는데 막상 대형마트에서 사면 잘 모르겠다"며 "묶음 제품이 많고 할인 행사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형마트에서 고기를 많이 사는데 최근 삼겹살 가격이 내려서 상대적으로 체감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이현주 기자 ecolh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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