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하남 장관 내정에 고용노동부 벌벌 떠는 사연

'탄압' 받던 한국노동연구원 현직 선임연구원이 조직 수장으로...'고용-복지' 연계한 박근혜 당선인 의중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황당하다".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내정한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한 노동계 인사의 반응이다. 방 내정자는 그동안 고용과 복지 연계를 강조해온 고용ㆍ노동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전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 박 당선인의 인선스타일 중 '깜짝 발탁'형에 속한다.방 내정자는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연구조정실장, 고용보험연구센터 소장, 노동시장연구본부장 등을 거쳐 현재는 선임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전형적인 학자 스타일로 알려졌다. 정치색도 별로 없어 특정 정당ㆍ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적극 참여한 적도 없다.방 내정자가 박 당선인과 어떤 인연으로 장관 후보에 내정됐는 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방 내정자는 "청문회 과정이 남아있지만 다양하고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잘 조율하면서 일하고자 하는 국민 누구나가 일을 통해 행복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정책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살펴나가겠다"며 "현재 일자리, 노사관계 등 각종 현안이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이런 중요한 시기에 제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지명받게 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을 뿐이다.방 내정자는 박 당선인과 개인적인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당선인의 씽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이나 경선ㆍ대선 캠프에도 공식적으로는 참여한 사실이 알려진 적이 없다. 현재 노동계 안팎에선 방 내정자가 美 위스콘신대학교 인맥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방 내정자는 1980년 대 후반 위스콘신대 매디슨교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를 땄다. 마침 강석훈ㆍ안종범ㆍ최경환ㆍ유승민 의원 등이 방 내정자와 비슷한 시기에 위스콘신대에서 함께 공부한 인연이 있다. 이들은 '박근혜노믹스'를 실천할 핵심 경제 브레인 또는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특히 방 내정자는 강석훈 의원과 지난 2009년 '점진적 은퇴와 부분연금제도 연구'라는 논문을 공동 저술한 적이 있을 정도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노동계에서는 박 당선인이 강석훈ㆍ안종범 의원 등 측근들의 천거로 방 내정자를 고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특히 노동계는 방 내정자가 고용ㆍ복지 분야의 연계 학문, 구체적으로는 연금 문제를 전공해 한국연금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연금 문제 전문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 당선인이 자신의 고용ㆍ복지 분야 공약을 뒷받침할 전문가로 두 분야의 연계 전문가인 방 내정자를 골랐다는 것이다. 또 방 내정자가 서울고 출신인 점도 주목하고 있다. 노동계에선 장차관ㆍ노동연구원장 등에 유독 서울고 출신이 많아 '마피아'로 부른다. 노동계는 그러나 방 내정자가 노사 관계에는 비전문가라는 점에서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쌍용차ㆍ한진중공업 등 산적한 노동 현안을 풀어가려면 노사 관계에 어느 정도 경험이 있고 인맥도 있는 장관이 와야 하는데, 엉뚱하게 연금 전문가가 와서 할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 이정식 중앙연구원장은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을 실천하려면 노사 관계가 뒷받침을 해줘야 하는 데 방 내정자가 노사관계 전문가는 아니다"라며 "박 당선인이 노동 문제나 노사 관계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풀어 갈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사"라고 촌평했다. 노동계 한 전문가도 "역대 정권들이 초반 현장 사정을 전혀 모르는 교수들에게 노동 문제를 맡겨놨다가 망쳤는데,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벌어질 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방 내정자가 현직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이라는 점도 주목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국책 노동연구기관으로 평가받는 한국노동연구원은 이명박 정부 초 뉴라이트 출신 박 모 전 원장이 취임하면서 연구원들과 마찰을 빚어 노조가 장기간 파업을 벌이는 등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고용노동부는 한국노동연구원이 수행하던 '한국노동패널조사' 및 '고령화연구패널조사'를 특별한 이유없이 2010년에 한국고용정보원으로 이관하는 등 연구 용역과 예산ㆍ인력을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했다. 2년 여간 한국노동연구원의 원장을 임명하지 않기도 했다. 노동계에선 고용노동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한국노동연구원을 사실상 폐쇄하려 한다는 우려까지 나왔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입장에선 천덕꾸러기 대접을 해 오던 산하 기관의 일개 선임연구원이 조직의 최고 수장인 장관으로 오게 돼 매우 껄끄러울 것"이라며 "그동안 온갖 설움을 당해 온 한국노동연구원이 앞으로 어떤 대우를 받게 될 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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