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연대 등에서 등심위 파행..학생들 '제대로된 정보공개부터'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올해 대학 등록금 책정을 두고 각 학교마다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에서는 등록금을 올리려는 학교와 내리라는 학생들 간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마저 파행을 겪고 있다. 등록금 책정에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등심위 제도가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해 '있으나 마나'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등록금심의위원회는 2010년부터 도입된 제도로, 각 대학에서 등록금을 책정할 때 교직원과 학생, 전문가 등이 참여하도록 돼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1년 9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등록금 산정 근거자료, 학교 회계운영 현황 등을 등심의가 학교에 요청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했다. 또 등록금 책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등심위의 회의록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다. 국회에서도 지난 1일 사립학교법 개정과정에서 교비회계 예산편성과 결산시 반드시 등심위의 심사와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등심위 진행 과정에서 학생들이 학교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거나, 형식적인 시늉에 그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고려대의 경우 현재까지 총 4차례의 등심위가 진행됐지만 결국 학교측과 학생들 간 합의를 보지 못했다. 고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진행된 제3차 등심위에서 학교 측은 지난해 대비 4% 등록금 인상안을 내놓았고 학생들은 '인하'를 요구했다. 결국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제4차 등심위 도중 학생들이 회의를 거부하고 나오는 사태가 발생했다.총학생회는 성명을 통해 "국가장학금과 법인의 비합리적인 운영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는데 학교가 타당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가 이미 인상된 등록금을 수입으로 책정해 놓고 지출 계획을 완성해놓았는데 이게 등심위에서 심의를 하겠다는 태도인가"라며 "학교 측은 단순히 정부 정책이기 때문에 등심위를 연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연세대 등심위 역시 파행됐다. 지난 23일 열린 제5차 등심위에서 학교측은 2.4% 인상안을 제시했고 학생들은 이에 동의할 수 없다고 팽팽히 맞섰다. 총학생회는 "학교측 위원들이 등록금심의위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 정작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학생측 위원들이 직접 총장과 대면해 얘기해라', '등심위에서 큰 것을 기대하면 안된다'는 등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강대 총학생회는 "4차까지 등심위를 진행했지만 결국 파행됐다. 학교측은 동결을 얘기했고, 총학은 2% 인하를 요구했는데 3월 등록금 고지서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학생회는 이달 중순부터 매일 108배 시위를 벌이며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등심위 날짜를 일방적으로 통보 받거나 사전에 요청한 예·결산안 자료도 문서가 아닌 구두로 전달 받는 등 등록금 책정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밝혔다.이에 서울지역대학생연합(서울대련) 학생들은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령에 따라 등록금 심의를 위한 자료의 민주적 공개를 명시하고 있는데도 많은 학교들이 자료공개 청구에 성실히 임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이들에 따르면 동덕여대와 숙명여대는 대학 측이 등록금 책정과 관련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일부 공개한 자료에 대해서는 1~2시간 안에 모든 자료를 열람하도록 했다. 또 동국대, 서울과기대, 한양대 등은 외부인사를 모두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선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료 중에는 외부로 유출해서는 안되는 자료도 있기 때문에 모두 공개할 수 없다"며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등록금을 인하하면 재정에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학생들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은 등심위의 의결권이다. 서울대련은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등심위가 의결권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등록금의 최종결정권한은 이사회나 총장에게 있다"고 설명했다.앞서 지난 21일 신촌의 한 호프집에서 이주호 교과부 장관을 만난 간담회 자리에서도 학생들은 등심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자리에서 동국대의 한 학생은 "학교가 지난해 등록금을 어떻게 썼는지 알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또 학교측이 등심위가 열리기 바로 직전에야 관련 자료를 주거나 아예 자료가 없다고 하는 곳도 많다. 전문 회계사가 아닌 학생들로써는 몇 날 며칠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이주호 장관은 "대학생들이 등록금 심의위원에 들어가게 된 배경은 대학생들이 참여해 전문적으로 기여를 해달라는 거다. 심의위원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대학생위원들의 전문성을 확보할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조민서 기자 summ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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