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어제 비정규직 직원 2043명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호텔의 서비스, 백화점의 판매, 보험회사의 고객상담 등 상시ㆍ지속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계약직 직원들이 대상이다. 10대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하는 것이다. 한화그룹의 조치가 그동안 정부와 공공기관에 이어 금융권으로 확산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흐름에 대기업들도 본격 동참하는 계기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6년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지금까지 6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쌍용차 사태도 비정규직 문제가 깊이 얽혀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한화그룹의 조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화그룹과 비슷하게 서비스 업종의 비정규직 직원 수가 많은 롯데나 신세계 등 유통분야 대기업들도 모른 체하고 넘어가기 어려울 것 같다. 사내하청 근로자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현대자동차의 반응도 주목된다. 현대차에서는 비정규직(사내하청) 노조가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 조합원 2명이 송전탑에 올라가 100여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 측은 전원 정규직 전환은 현실성이 없다면서 선별적 신규채용 방식의 정규직화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사내하청 비정규직 직원들은 정규직과 다름없는 작업조건에서 일하면서도 차별적 대우를 받는다면서 전면적인 정규직 전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번 한화그룹의 조치가 다른 그룹들에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그룹들도 압박을 받아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비정규직의 일괄 정규직 전환을 이미 추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것이 국민 여론의 요구이며 시대정신에 부합함을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스스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준 사실도 이런 기대를 뒷받침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것과 연관시키기도 하고, 다음 달 출범하는 새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라는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구태여 그렇게 사시할 일은 아니다. 한화그룹이 취한 선도적인 조치가 대기업들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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