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총리와 장애인 테마주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박근혜 정부 첫 국무총리가 발표된 24일 오후 2시 무렵. 마이너스권에서 움직이던 평화산업이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의 총리 지명 소식에 1분도 지나기 전 마이너스 3%대에서 상한가로 뛰어올랐다. 평화산업이 상한가를 굳히면서 오텍과 국제약품도 상한가 대열에 합류했다.
김 인수위원장의 총리지명에 동반 상한가로 내달린 세 종목은 이른바 '장애인 복지 테마주'로 분류된다. 차량용 호스제품 등을 생산하는 평화산업은 전동휠체어와 스쿠터도 생산한다는 이유로 장애인 복지 테마로 주목을 받았다. 오텍은 장애인 수송차량, 엠블런스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저상버스 부분에서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국제약품은 자회사를 통해 휠체어를 판매하고 있다.김 총리 지명자는 세살때 소아마비를 앓은 2급 지체장애인이다. 하지만 19세에 고등고시(현 사법시험)에 수석합격하고, 최연소 판사가 됐다. 1988년에는 최초로 지체장애인 출신 대법관이 됐고, 1994년에는 헌법재판소장에 올랐다. 살아있는 장애인 신화다. 고루한 표현을 빌리자면 총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다. 더구나 새 정부는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장애인이 총리가 됐으니 장애인 복지 관련 정책이 더 늘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일 수 있다. 박 대통령 당선인도 장애인 복지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언뜻 보면 장애인 복지 테마주들이 급등해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장애인 복지 테마로 분류되지만 테마주들에서 장애인 관련 사업의 비중은 높지 않다. 오텍은 국내 특수 엠블런스 시장의 100%를 점유하고 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이다. 평화산업의 특수차량용 부품부문도 14% 정도다. 국제약품의 휠체어 판매 자회사는 2011년 1월 5억원에 지분 55%를 인수한 순이익 1억원 남짓한 회사다. 사회가 성숙할수록 장애인 등 약자에 대한 배려가 느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이를 확대해석해 투자자들이 과민반응하는 것은 씁쓸하다. 평화산업은 지난해 9월19일 장중 3990원까지 올랐다 11월16일 장중 1600원까지 떨어졌었다.전필수 기자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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