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비결은 뭐니 뭐니해도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덕분이다. 박 당선인은 15년간의 의정 활동 기간 동안 '원칙과 신뢰'를 입버릇처럼 얘기해왔다. 특히 2009년 이명박 대통령 등의 반대를 꺾고 세종시법 원안 통과를 고수함으로써 대중들에게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 놨다. 박 당선인의 '신뢰' 이미지는 지난 대선에서 결정적 승리 요인이 됐다. 보수ㆍ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야당은 뭔가 불안하다"며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박 당선인을 선택했다. '그랬던' 박 당선인이 정식 취임하지도 않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 와중에 전매 특허인 신뢰 이미지에 금이 가고 있다. 스스로 정한 원칙과 약속을 어기는 일이 빈번하다. 15일 새 정부의 가장 커다란 현안으로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도 인수위는 약속 시간을 1시간이나 어겼다. 오후 4시에 발표하겠다던 방침을 통보해 놓고선 별다른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한 시간이나 늦은 오후 5시에야 정부조직개편안의 내용을 발표했다. 인수위 측은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 "마지막 검토사항이 있어가지고 지연된 것으로 양해해주시기 바란다"며 거듭 사과했지만 끝내 자세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기자회견장을 지키던 수많은 기자들은 물론 TV 중계나 언론 보도를 지켜 보던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더 큰 문제는 인수위의 이같은 약속 위반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수위의 '단독 취재 기자'를 자처하는 윤창중 대변인은 지난 7일에도 오후 1시30분 브리핑을 약속해 놓고 두 차례나 이를 번복했다. 그는 이날 마지막으로 약속한 오후 2시30분에 조차 나타나지 않았다가 오후2시35분에야 느긋하게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같은 브리핑 시간 위반 등 사소한 약속 어기기는 이번 인수위의 '습관'처럼 굳어져 있는 상태다. 단순한 약속 위반 뿐만 아니다. 인수위는 스스로 정한 운영 원칙을 깨는 행위를 서슴치 않고 있다. '슬림형' 인수위를 지향한다며 자문위원제를 폐지해 놓고선 선거 때 박 당선인을 도왔던 30여명의 외부 전문가들을 어느새 '전문위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영입했다. 인수위원도 아닌 청년특별위원회 위원들을 업무보고에 참가하도록 하는가 하면, 업무진행과 관련해 5단계 프로세스 준수를 약속해 놓고도 보란 듯이 어기고 있다. 인수위는 업무보고ㆍ검토ㆍ총괄종합 등을 거쳐 박 당선인에게 보고하겠다고 밝혔지만 각 단계에서도 수시로 박 당선인에게 보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각 부처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게 보고 시간을 준수하겠다는 방침도 기획재정부ㆍ보건복지부ㆍ국방부 등이 2~3차례에 걸쳐 인수위에 추가 보고한 것이 확인되는 등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인수위 인선부터 불거진 '불통'(不通)ㆍ'밀봉'(密封)에 이어 '불신'(不信)이 박 당선인의 국정 코드가 되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선 자신의 말에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 박 당선인이 인수위의 불신 행보를 시정해야 할 시점이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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