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과 새내기, 페친과 트팔이 되다

직장 내 세대차, 스마트하게 극복하기

-페북 등 SNS활용 자유토론 활성화-온라인 소셜게임 합동전략 짜며 단합도-프레젠테이션 후엔 빠른 피드백 제공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전 회식에 참석할 수 없습니다." 얼마 전 A그룹의 이모 부장이 부하직원에게서 들은 말이다. 올 한해도 서로 힘내 잘 해보자는 의미로 마련한 회식에 막내 직원이 선약이 있다며 불참 의사를 밝힌 것. 회식도 일의 연장선상에 놓고 있던 이 부장으로서는 참으로 황당할 지경이었다. 이 부장은 "요즘 젊은 직원들이 일과 사생활을 분리시켜 생각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실제로 겪으니 황당했다"면서 "조직 생활에서 혼자만 빠져나가려 하니 좋게 보일 리 없을 뿐만 아니라 부서 팀워크와 분위기를 흐릴까봐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 입사 2년차인 직장인 박모(28)씨는 최근 회의 시간에 얼굴이 빨개졌다. 부장이 사업계획안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놓으라고 해서 의견을 이야기했다가 되레 부서원들 앞에서 면박만 당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놓은 공식 회의석상에서 아이디어를 수정·보완하거나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고 '아직 뭘 모른다'는 식으로 핀잔만 줬다"면서 "정식 부서원으로 생각하지 않는 느낌이 들어 사적인 자리에서 조차 말을 하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조직은 여러 세대가 함께 일하며 성과를 내야 한다. 문제는 다양한 세대가 서로 얽혀있다 보니 세대차로 인한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세대차는 구성원간 커뮤니케이션, 업무 등 일하는 과정 곳곳에서 마찰을 일으킨다. 세대차를 그저 '다르다'고 가볍게 넘겨선 안 되는 이유다. 각 세대별 특성을 파악하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활용하면 세대차를 좁히고 조직의 성과도 높일 수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신세대, 이제는 맞춤형 관리가 필요하다' 보고서를 토대로 신세대 맞춤형 조직 운영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 세대차, 이해를 넘어 관리가 필요해= 트위터(20대 초·중반), 문자(20대 후반~30대 초반), 이메일(30대 중반~40대 초반), 전화(50대). 최근 미국 경제매거진 포브스가 각 세대별 소통 방식의 특성을 이렇게 소개했다. IT 친숙성 측면에서 세대별 소통 방식 차를 말한 것이지만, 세대별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실제로 직장인 10명 가운데 8명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상사나 부하직원 간 심각한 세대차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2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세대차를 느끼는 부분으로는 커뮤니케이션 방식(36.9%), 업무 스타일(26.8%), 복장·출퇴근 시간 등 직장생활 방식(23.2%), 회식 스타일(11.6%) 등이 있었다. 절반이 넘는 55.6%는 '세대차로 인해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이처럼 세대차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 커뮤니케이션은 물론이고 조직 성과도 저하된다.  조직은 끊임없이 변해야 살아남는다. 외부 환경은 시시각각 변하고 내부 조직 구성원도 달라진다. 특히 세대차는 조직이 직면한 주요 변화 요인 중 하나다. 해가 갈수록 신세대의 유입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세대 세분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세대차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요즘 애들은 달라", "기성세대는 구닥다리야" 등으로 세대차를 규정짓고 이를 좁히거나 극복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은 없었던 게 현실이다.  최나은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새로운 세대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활용해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것이 오늘날의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면서 "실질적으로 세대 차이를 좁히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세대 맞춤형 조직 운영, 어떤 게 있을까= 신세대는 유행에 민감하고 새롭고 독특한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다. 그만큼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소비를 이끄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종합미디어 그룹 타임워너는 신세대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최신 기술에 능한 대학생들이 임원들의 멘토가 돼 페이스북, 트위터 등 웹 기반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알려주는 '디지털 역멘토링' 제도가 대표적. 단순히 기술을 알려주는 데서 나아가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 등을 주고받아 임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대의 IT 친숙성을 고려한 교육 방안도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의 연수원에는 플립 차트 대신 IT 기술을 활용한 강의와 토론이 이뤄지는 토론실이 마련됐다. 자체적으로 페이스북과 유사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만들어 교육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의논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 효과와 소통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게임도 활용된다. 구글은 젊은 직원들의 소통을 촉진하기 위한 대안으로 온라인 소셜게임을 찾았다. 다른 게임 참가자들과 협력해 서로의 영역을 빼앗는 군사 전략게임 '고 크로스 오피스'로, 게임 도입 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고 한다. 영토 확장을 위해 구성원들끼리 직접 만나 리더를 뽑고 연합할 동료를 모집하는 등 합동 전략을 짠 것. 이 과정에서 세대 간 소통이 활성화되는 효과를 누렸다. 신세대는 회사 일과 개인 삶의 균형을 중시한다. 이에 따라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등 근무 환경에도 변화가 생겼다. 세대 연구로 유명한 타마라 에릭슨은 'Y세대에게 매력적인 직장을 만드는 5가지 방법' 중 하나로 "이제 기업들은 성과 관리의 중심을 시간(Time)보다는 일(Task)로 옮겨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업무 방식에 각자의 개성을 반영하기도 한다.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르디스크는 '기성세대와 다른 신세대는 다르게 대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동안 외부 영업을 할 때 중형 세단을 운전하던 관계를 깨고 지프차를 몰 수 있도록 한 사례가 유명하다. 신세대 직원들이 자신의 개성을 맘껏 발산하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한 것. 신세대는 또 의견 교환과 빠른 피드백을 선호한다. 타인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개진하고 평가받는 것을 즐긴다는 뜻이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 소통 방식에 변화가 일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식품회사 오션 스프레이 크랜베리즈는 업무 프레젠테이션이 끝날 때마다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도록 제도화했다.  최나은 선임연구원은 "신세대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제도가 효과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중시하는 가치나 스타일 등을 이해하는 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다른 세대에게 다가가려 노력한다면 선입견을 완화시키고 긍정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박혜정 기자 parky@ⓒ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