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올해 우리 대중음악사에 일대 사변이 일어났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빌보드 챠트 2위 등극은 상상밖이다. 전문가들마저 우리가 달나라에 착륙한 것만큼이나 충격적으로 받아 들였다. 일반인들은 "끝까지 가보자"며 SNS 등을 통해 응원을 퍼부었다. 각 언론매체들은 매주 목요일 새벽 빌보도 순위 발표에 한동안 촉각을 세웠다. 전통을 자랑하는 빌보드 상위권 점령은 음악인에게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될 정도로 놀라운 업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도발의 이면은 화려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우선 싸이의 성공을 한국 대중음악의 세계적인 도약, 국격 상승 등 국가주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그 중의 하나다. 또 '1등'을 달성하자며 열을 올린 국민 정서다. '최고'여야만 인정하는 1등주의 정서는 '강남 스타일'에서도 피할 수 없었다. 그것이 빌보드라해도, 우리 대중음악사의 초유의 사태라해도 1등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흔한 '은메달'중 하나일 뿐이다. 예전보다 다소 누그러지긴 했다고는 하나 "끝까지 가야만 하는" 한국적 정서는 예외가 없었다. 실례로 대중음악사의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인 '비틀즈'나 미국의 밥 딜런은 빌보드 1위곡이 하나도 없다. 1965년 밥 딜런의 곡 'Like a rolling stone'은 한주간 2위에 머물렀을 뿐이다. 그러나 그의 곡은 마틴루터 킹의 연설에 비견할 정도로 인류에게 위대한 영감을 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 역시 빌보드 1위에 등극하지 못 했다. 62년 'Can't help falling in love'가 밥 딜런처럼 한주간 2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그룹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또한 마찬가지다. 조영남의 번안곡 '물레방아 인생'으로 낯익은 'Proud Marry' 등 다섯곡만이 2위를 기록했다.'소울의 대부' 제임스 브라운은 더 하다. 그는 50여년 음악활동 동안 1위는 커녕 2위조차 한번도 기록하지 못 했다. 그들은 모두 대중음악사의 전설이다. 누구도 그들의 음악적 업적을 1, 2위로 평가하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추앙과 존중을 받고 있다. 관료주의 또한 돌아봐야할 대목이다. 싸이는 충분히 상 받을만 했다. 또 당연히 받아야한다. 그러나 정부는 문화훈장을 수여하는 등 요란스레 팡파레를 울림으로써 국가주의 정서에 편승했다. 이를 바라보는 문화계 저변의 시선이 곱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다. "한 게 뭐가 있다고 ?" 문화예술인들은 정부가 실적에 급급해 잽싸게 '숟가락을 얹는다"며 냉소를 보였다. 다른 이면은 어떤가 ? 한마디로 참담하다. 수많은 어린 가수들이 아직도 '노예계약'에 허덕이고 있으며, 소녀 지망생이 성폭력에 시달리고, 굶주린 창작인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몰려 있다. 장자연사건이나 동방신기 해체,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의 요절 등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마련한 예술인 복지법은 그야말로 반쪽짜리에도 못 미친다. 현장예술인들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 하다"고 자조할 지경이다. 화려했던 2012년, 우리의 어둡고 침침한 자화상을 다시금 들여다보기가 쉽지만 않다.이규성 기자 peac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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