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줄푸세-경제민주화 같다.. 文 순환출자-골목상권 잘못이해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10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18대 대선후보자 2차 TV토론회(경제ㆍ복지ㆍ노동ㆍ환경)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현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비슷했으나 경기침체에 대한 장단기 대책괴 일자리, 복지 등에 대한 해법에 대해서는 시각차를 보였다. 정치쇄신, 검찰개혁, 무상보육 등에 대해서는 일치된 목소리를 내 그간 '누가되든 ○○○는 된다'라던 공식이 깨졌다.이날 주제는 정부, 기업, 개인 등 각 경제주체들이 유력대선후보의 상황인식과 해법에 대해 가장 궁금해 한 주제였다.그러나 1차 토론에서처럼 주제와 상관없는 질문과 답변, 상호토론이 종종 보였고 사실상 민생과 관계없는 주제와 공방을 벌였다는 평이 주를 이루었다. 이정희 후보는 어김없이 삼성, 현대 등 대기업집단을 정조준하며 이건희 정몽구 회장을 헌법위의 제왕이라며 정면 비판하고 "박근혜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경기침체 대책, 朴-文 책임론공방=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대책에서 문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일자리를 강조했다. 문 후보는 최근 경기침체의 원인에 대해 "새누리당 정부의 재벌 위주, 부자 감세, 줄푸세 정책 때문"이라며 "재벌이 골목까지 들어와서 빵집, 순대장사, 커피숍까지 한다. 이래서는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이 살아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와 일자리를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했다.박 후보는 단기와 장기대책을 나눠 설명했다. 단기대책에서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집중 지원해 서민들의 주머니를 두툼하게 하면서 얼어붙은 소비와 내수에 온기를 돌게 하겠다고 말했다. 장기대책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와 박 후보의 상호토론에서는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해 누가 더 많이 실정했는가라는 책임공방을 했다. 양극화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답변을 해야할 시간에 누가 더 양극화를 심화시켰느냐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새누리당은 과거 김영삼 정권 실정의 책임을 지고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간 정권을 내줬다. 민주통합당은 노무현 정권의 실패로 이명박 정부에 정권을 내줬다. 책임공방보다는 반면교사로서 과거의 실패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 앞으로의 각오가 아쉬운 부분이었다. ◆경제민주화 朴-文 내가 더 좋아=경제민주화가 나온 배경은 시장경제의 폐단을 막고 성장의 온기를 골고루 퍼지도록 해야 한다는 데서 출발했다. 각 후보의 소속정당과 이념, 철학에 따라 공약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박 후보는 이날 줄푸세와 경제민주화와 같은 개념이라고 말했다. 줄푸세는 박 후보의 트레이드마크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 기업프렌들리와 큰 틀에서 같은 개념이다. 줄푸세가 낙수효과를 기대하고자 나온 경제정책의 기조라면 경제민주화는 낙수효과가 이뤄지지 않아 이제는 분수효과, 혹은 낙수효과를 법적, 제도적으로라도 이끌어내고자 정치권에서 앞장서 내놓은 개념이다. 줄푸세와 경제민주화는 사실상 상호보완재지만 박 후보는 이를 대체제로 인식해 같은 개념으로 판단한 것이다.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놔둬야한다며 박 후보가 내세운 논리(경기가 어렵고, 대기업의 투자여력을 다른데 쓰게 해야한다)는 문 후보로부터는 대기업논리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문 후보는 재벌 대기업이 빵집하고 순대집까지 해서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기업 빵집프랜차이즈는 대기업이 아니라 명퇴자, 은퇴자, 자영업자들의 생계형 창업이 주를 이룬다. 순대집도 마찬가지다. 문 후보는 재벌에게 넘어간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게 경제민주화라고 말했다. 대수술이 필요하다면서 갖고 있는 지분만큼 권한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순환출자, 출총제, 금산분리 등은 당장의 민생과 무관하다. 대기업집단중에서도 이 제도에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될 대기업집단은 극히 제한적이다. 출총제와 순환출자를 금지한다고 해서 골목상권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나 문 후보는 이를 무리하게 연결시켰다는 지적이다.◆일자리 주제, 가장 시급하지만 토론내용은 글쎄=일자리는 누구에게다 중요한 이슈다. 실직자는 재취업을 위해, 구직자는 새 일자리를 위해, 정규직은 더 오래 고용되기를,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을 희망한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모두 역점을 둬왔다. 박 후보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늘리고 지금 일자리를 지키며 일자리의 질을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스펙초월채용시스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대표시정제도와 금전보상제도 등을 소개했다. 문 후보는 "좋은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공공서비스에서 좋은 일자리를 40만개 만들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나눠서 70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다.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의 절반을 정규직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는 더 설명하고 싶은 게 많았을 터다. 그런데 이정희 후보가 상호토론하면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물었다. 농민의 일자리도 중요해서란다. 문 후보는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이 질문에 답변해야했고 다시 이정희 후보에 질문을 했지만 맥은 이미 빠졌다. 문-박 두 후보는 일자리를 갖고 토론해야할 시간에 못 다한 순환출자 얘기를 다시 했다. 그리곤 비정규직의 정규진 전환에 대해 토론을 했다. ◆朴-文 재정-복지 해법 놓고 설전=복지도 박-문 두 후보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다. 복지는 보편적 복지든 무상복지든 재원조달이 뒷받침돼야한다. 기존 예산을 늘리거나 늘리지 못하면 다른 곳의 예산을 빼다가 복지에 투입해야 한다. 결국 세금을 올릴 수 밖에 없다. 대기업이든 부자든 중산층이든 세금을 올려 복지에 쓰는 것을 두고 성장이라 말할 수는 없다. 문 후보는 복지를 가장 좋은 성장정책이라고 했지만 쉽게 이해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박 후보는 재정 건전성을 뛰어넘는 복지포퓰리즘은 두고두고 후세에 짐이 된다고 말했다. 재원과 관련해 후대에 빚을 떠넘기거나 국민 부담 늘리기 전에 먼저 정부가 예산을 비효율적인 부분을 줄이고 나라 살림을 투명하게 꾸려나가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는 세입 확대와 관련해서는 비과세 감면 제도를 정비한다거나 지하경제를 활성화해 매년 27조원, 5년간 135조원을 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과세 감면은 정치권에서 매번 일몰제를 연장해왔다. 박 후보가 일몰제를 원칙적으로 지키겠다고 했지만 박 후보는 부동산 경기가 어렵다며 취등록세의 한시적 감면연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지하경제 활성화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말실수한 것이다. 의료비 부담 완화와 관련해서는 문 후보가 좀더 우위를 보였다는 평이다. 문 후보의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는 어떤 질병에 걸려도 돈 걱정 없이 안심하고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100%짜리 건강보험'이라는 게 문 후보측 설명이다. 재원조달방안에 대해서는 '국고지원 확대와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되 부족하면 세대당 건강보험료 월 5000원을 인상하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박 후보는 문 후보의 의료비상한제에 대해 국가재정과 가계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고 공격했으나 문 후보는 부담이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전날 내놓은 공약집에서 문 후보와 다른 소득별 의료비상한제를 소개했다. 박 후보는 현재 소득에 따라 본인이 부담하는 의료비 상한선을 50만~500만원 사이 10개로 나눈다는 구상이다. 이렇게되면 박 후보의 의료비상한제는 5년간 3300억원, 문 후보는 8900억원이 든다고 추계했다. 박 후보가 오히려 이를 두고 문 후보와 토론을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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