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매창의 '쓸쓸한 날(愁思)'중에서(1)

비온 뒤 선들바람, 옥단에도 가을외짝 수레바퀴같은 명월이 누각 머리 걸리고안방에선 밤새도록 서늘한 귀뚜라미 소리마음 속을 빻아내니 수심이 열 말이요雨後凉風玉簞秋 一輪明月掛樓頭■ 요즘 자주 비오는 늦가을을 맞으니 저 매창과 비슷한 공기 속에 있는 셈이다. 저 옥단(玉簞, 옥광주리)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으나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비가 오고난 뒤 선선한 바람이 부니, 사방에 나뭇잎이 떨어져 반짇고리 속같이 알록달록 어지럽다는 얘기일까. 옥단추(玉簞秋)라는 관용어가 있는 것 같은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스산하고 고운 풍경에 달이 돋았다. 수레바퀴 한짝 같은 둥근 달. 달은 부풀어 한껏 둥글어졌는데, 외짝이니 더욱 외롭다. 마치 내 마음과도 같이, 그리운 생각을 놓지 못하고 누각에 걸려 있다. 마음이 심란하여 방 안으로 들어와 앉았다. 그러니 이번엔 마음을 더욱 춥게 만드는 귀뚜라미 소리가 귀를 건드린다. 몸 속에 있는 창자를 방아찧듯 찧는 그 소리, 밤새도록 그치지도 않는다. 그래서 쌀대신 쏟아내는 것이 만 섬이나 되는 외로움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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