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로또 광풍···수천억원씩 챙긴 당첨자의 심리학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에서 초대박 로또가 된 '파워볼'의 1등 주인공이 탄생했다. 파워볼은 지난 10월 6일 이후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당첨금이 5억7990만달러(약 6290억원)까지 늘었다. 이름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1등 당첨자 두 명은 애리조나주와 미주리주에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금만 제하면 이들은 3억7980만달러를 손에 쥘 수 있다.파워볼 당첨금이 지난 3월 하순 터진 6억4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아지자 미 전역은 그야말로 로또 열풍으로 몸살을 앓았다. 시간당 780만장의 복권이 팔려나가고 복권 구매에 156만달러가 쓰였다. 이제 관심은 행운의 주인공 두 명이 누구인지에 집중되고 있다.그러나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온라인판은 잭팟 주인공들에게 부러움의 시선을 던질 필요가 없다고 최근 보도했다. 로또 당첨에 따른 행복감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성격과 사회심리학 저널'은 복권 당첨자들을 대상으로 행복감에 대해 조사해봤다. 그 결과 복권에 당첨된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행복감은 급격히 상승한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당첨 전 상태로 돌아간다.사고처럼 예상치 못한 불행을 겪은 사람들의 경우도 비슷하다. 사고 직후 이들의 행복감은 떨어지고 불행지수가 높아진다. 그러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평상처럼 회복된다.이에 대해 저널은 사람마다 정해진 수준의 행복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넘어서는 행복이나 불행에 대한 감정은 길어야 6개월 뒤 원래 수준으로 돌아간다.로또 대박을 터뜨린 행복감이 영원하리라 믿은 사람들이 '쪽박'의 길로 들어선 사례는 흔하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5만달러 이상의 복권 당첨자 가운데 해마다 1%는 파산한다. 일반인들 파산 비율의 두 배다. 게다가 1등 당첨자 대다수는 5년 안에 당첨금의 절반을 소진한다. 현명한 소비로 당첨금을 평생 나눠 쓰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2002년 크리스마스에 3억1500만달러짜리 복권 대박을 터뜨린 잭 휘태커가 나락으로 떨어진 사례는 유명하다. 송유관 건설업체 사장이었던 그는 풍족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는 당첨금이 가족·친구·사회를 위해 쓰여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실제로 자선재단을 설립하고 교회에 700만달러나 기부하기도 했다.휘태커의 행운은 여기까지였다. 이후 고급 술집과 클럽, 경마장 등으로 돌아다니며 돈을 탕진했다. 이 과정에서 폭력사건과 음주운전으로 여러 차례 고소당했다. 고급 스포츠카에 보관해놓은 현금 54만5000달러를 도난당한 적도 있다. 그가 설립한 재단은 2년만에 사라졌다. 그는 이후 아내와 이혼했다. 가장 아끼던 외손녀는 마약중독으로 사망했다. 이후 휘태커는 "복권에 당첨되지 말았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한국계 미국인 재닛 리는 1993년 일리노이주 사상 최대 당첨금인 1800만달러짜리 복권에 당첨됐다. 리는 당첨금을 20년 동안 분할 지급 받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것만 믿고 과시적으로 소비했다. 대학·교회·정치인에게 많은 돈을 쾌척하던 리는 과소비와 도박에 돈을 다 써버렸다. 결국 2001년 파산을 신청한 그는 현재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하고 있다.복권 당첨 같은 일생일대의 사건은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을 듯하다. 예상치 못한 행운은 현재의 삶을 과장하게 만든다. 자기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학술 심리학 저널'에 따르면 성격, 가족, 친구, 습관 등 삶의 근본을 이루는 것들은 한 번의 사건으로 결코 바뀌지 않는다.복권 당첨으로 불행해진 사람들 이야기를 극단적인 예라고 반박할 이가 있을지 모른다. 로또 당첨 후 현명한 소비로 평생 윤택한 삶을 누리는 사람도 있다. 거짓과 진실, 허영과 본질을 착각해 행복이 한순간 불행으로 바뀌는 일은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샌드라 헤이즈는 연봉 2만5000달러를 받는 평범한 공무원이었다. 그는 2006년 직장 동료들과 함께 산 복권이 당첨되는 행운을 얻었다. 당첨금을 동료들과 나누고 세금까지 낸 뒤 손에 쥔 돈이 1000만달러였다. 그는 평소 갖고 싶었던 중형 자동차를 사고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집도 한 채 마련했다. 딸·손자·손녀들과 한 집에 살면서 공무원 생활을 접고 작가로 변신하기도 했다. 헤이즈는 복권에 당첨된 뒤 자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작은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게 된 데 감사할 따름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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