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정재훈사진기자
이정훈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아경 올 시즌을 돌아보자. 정규시즌 초반 포크볼의 위력이 상당했다.이 원래 포크볼은 볼이다. 직구 제구가 낮게 형성돼야 효과를 본다. 결국 직구 제구가 괜찮았던 것 같다. 포크볼의 비율도 적절했던 것 같고. 아경 포크볼이 스트라이크존에 꽂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이 다소 높게 형성돼도 타자들이 잘 치지 못했다. 포크볼에서 중요한 건 위치보다 각도다. 몇몇 타자들이 그러더라. 직진 코스로 떨어지는 내 공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웃음).아경 싱커는 거의 볼 수 없었는데.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투구 때 팔이 조금 옆으로 나왔는데 그 때문인지 포심패스트볼이 휘어져 날아갔다. 타자 바로 앞에서 변화가 생긴 건 아니었다. 조금 빨리 휘어져 그닥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직구가 계속 휘어지다 보니 굳이 싱커를 택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오른손타자를 상대할 때의 이야기다. 더 휘어지면 몸에 맞는 볼이 나올 수 있으니까. 왼손타자를 상대로는 적잖게 구사했던 것 같다. 아경 후반기는 조금 달랐는데.이 투구 밸런스를 회복해 포심패스트볼이 이전처럼 똑바로 날아갔다. 그래서 오른손타자를 상대로도 싱커를 던질 수 있었다. 사실 커브, 슬라이더 등 많은 변화구를 던질 줄 아는데 막상 마운드에 오르면 그럴 수가 없다. 맡은 보직이 중간계투이다 보니 가장 좋은 무기만 사용하게 된다.아경 투구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뭔가.이 마운드 상태다. 목동구장은 괜찮은 편이다. 아마추어, 사회인 경기 등을 소화하지만 좋은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 관리하는 분께서 애착을 갖고 일하는 것 같다. 각 구장마다 이런 전문가가 필요하다. 지금은 모르겠는데 이전에 사직구장은 일반인에게 마운드 관리를 맡겼다. ‘응급 삽질’ 풍경이 연출된 건 그 때문이었다. (편집자 주 : 롯데는 2006년 4월 14일 사직 LG전에서 9회 4점을 헌납해 4-5 역전패를 당했다. 패전투수가 된 이왕기는 경기 뒤 “마운드가 좋지 않다. 땅이 딱딱해 컨트롤이 힘들었다”라고 해명했다. 롯데 측이 내놓은 해결책은 미봉책에 가까웠다. 부랴부랴 삽을 들고 나와 마운드를 손질했다. 불만이 그치지 않은 건 당연지사. 이후에도 적잖은 투수들은 마운드 발판의 급한 경사가 해결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이정훈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아경 기분이 어땠나.이 예상은 했지만 조금 섭섭했다. 아경 예상을 했다?이 롯데에서 나를 보는 시선이 고울 수 없었다. 세 가지 악재가 겹쳤었다. 우선 무릎수술을 받아 당장의 출전이 불가능했다. 2009년 5월 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노조 추진 위원을 맡아 구단과 미묘한 갈등을 겪었는데, 시즌 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연봉조정을 신청해 미운털이 제대로 박혔다.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KBO를 찾아갔겠나. 트레이드와 같은 조치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편집자 주 : 이정훈은 2010년 KBO에 연봉조정을 신청했다. 롯데와 이정훈이 적어낸 금액은 각각 7200만 원과 8000만 원. 이에 이상일 당시 KBO 사무총장, 최원현 KBO 고문변호사, 김소식 전 일구회 회장, 박노준 해설위원, 김종 야구발전연구원장 등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는 “롯데의 고과 시스템 적용은 합리적이었다. 선수도 구단의 고과 시스템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 판정을 전달받은 이정훈은 “아쉽지만 승복하겠다. 애초 연봉조정을 신청한 건 불펜투수와 저연봉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서였다. 빨리 팀에 합류해 훈련에 동참하겠다”라고 밝혔었다.)아경 3년(9~11기) 연속 롯데 회장을 맡아 프로야구선수협회 집행부로 일하기도 했다.이 야구 발전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내 의지로 맡았던 건 아니다. 선수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됐다. 이왕 맡은 임무니까 열심히 해내려고 했다. 구단의 입장, 충분히 이해한다. 3년 연속 직책을 맡는 선수를 어찌 좋아할 수 있겠나(웃음).아경 억울한 부분도 있었을 텐데.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선수들을 위해 노력하는 게 죄는 아니니까. 더구나 선수 회장은 내 뜻을 밝히는 감투가 아니다. 선수단의 의견을 모아 대변하는 직위에 가깝다. 내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을 밝힐 때도 적지 않았는데 구단에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건 조금 서운했다.이정훈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아경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바로 서울로 올라왔나.이 재활치료를 마치고 바로 목동구장으로 향했다. 프런트, 코치진, 선수들 모두가 따뜻하게 반겨줬다. 오고가는 인사에서 그들만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편하게 대해준 덕에 새로운 환경에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아경 선수생활의 8할 이상을 롯데에서 보냈다. 정들었던 구단을 떠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이 다른 구단의 유니폼을 입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경험은 또 다른 가치의 근원이 될 수 있으니까. 전부터 넥센이란 구단이 궁금하기도 했다. 아경 어떤 점이 그랬나.이 새로운 운동법을 발견하면 무조건 해보는 성격이다. 롯데 시절 넥센의 전신인 현대와 삼성은 최신 운동시설의 보고였다. 웨이트트레이닝 기구는 물론 새로운 튜빙, 고무 밴드 등을 가장 먼저 가져다놓았다. 그런 게 너무 부러웠다. 아경 운동기구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이 그렇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부분이 취약하다. 야구선수만을 운동기구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일본 등을 찾을 때마다 서점이나 운동기구점을 꼭 들른다. 최근에는 손목운동을 위해 30만 원을 주고 망치 같이 생긴 도구를 구입했다. 나 같은 노력형의 선수에겐 꼭 필요한 물품이다.아경 자신을 노력파라고 생각하나.이 재능보단 노력 형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운동선수로 성공하려면 운도 따라야 한다. 2003년 마무리로 성장할 수 있었는데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다.아경 경기 때마다 부진했나.이 전반기에 선발로 등판해 4승을 챙겼는데 당시 백인천 감독이 후반기는 마무리로 기용하겠다고 했다. 열심히 변신을 준비했는데 후반기 돌입 이후 한 달 동안 마운드를 거의 밟지 못했다. 팀이 대부분의 경기를 크게 패해 세이브를 올릴 상황이 오지 않았다. 결국 중간계투로 마운드에 서야했고, 그대로 마무리로 자리를 잡을 기회는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