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내는 의사들 '내 아이디어가 차세대 먹거리'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췌장암 분야 최고 의사로 꼽히는 송시영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2010년 췌장암 줄기세포에서 특이한 단백질이 분비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 단백질을 이용하면 췌장암을 더 빨리 그리고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반대로 특이하게 췌장암세포에서만 적게 나오는 22개의 '마이크로RNA'를 투여하니 암세포가 증식을 멈추거나 사멸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송 교수는 이 발견에 '췌장ㆍ담도암 치료용 조성물 및 신규 바이오마커(생체지표)'란 이름을 붙여 특허출원했다. 그는 "예전 같으면 논문을 쓰고 말았겠지만 지금은 특허를 받을 만한 발견인가부터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새로운 의학적 발견을 상업화 하는 첫 단계로 특허권 확보에 나서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27일 연세의료원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원 소속 의사들이 국내외 출원한 특허건수는 141건, 등록건수는 40건에 달했다. 연세의료원이 보유한 전체 특허가 700여개인데 이 중 절반이 지난 3년 새 집중됐다. 이 철 연세의료원장은 "임상현장에서 나오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최종적으로 상업화까지 연결되도록 의사들을 독려하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 의료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는 가교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과거에는 의사들이 자신의 학술적 성과를 '상품'으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해 새 발견은 대부분 논문 형태로 발표됐다. 그러나 학술적으로 공개된 내용은 차후 특허 출원 대상이 될 수 없다. 상업화 측면에서 보면 '남 좋은 일'만 시킨 셈이다.앞선 송 교수의 발견은 췌장암 유전자치료제나 진단기기 등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송 교수는 해당 기술을 26일 열린 '세브란스 특허박람회'에 내놓고 관심 있는 기업들에 소개했다. 이 행사에는 동아제약ㆍ셀트리온ㆍGSKㆍ사노피아벤티스 등 국내외 제약사 관계자와 특허 전문가 등 500여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연세의료원의 이 같은 변신은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과도 일치한다. 보건복지부는 진료보다는 연구에 특화된 의료기관을 양성해 세계적 수준의 신기술을 개발한다는 취지에서 '연구중심병원'을 선정하기로 하고 26일부터 신청 접수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현재 5%에 불과한 상급종합병원의 '연구ㆍ산업화 수입 비중'을 2021년까지 15%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허영주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은 "국내 의료기관에 지속가능한 산학연 융합연구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수준의 연구역량과 산업화 성과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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