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부실자' 빼돌린 돈 받아냈다, 290억원

'은닉재산신고센터' 10년간 접수만 180건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채규철 전(前) 도민저축은행 회장의 숨겨진 재산에 대해 알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은닉재산신고센터 홈페이지 게시판을 살피던 예금보험공사 양승건 팀장은 귀가 번쩍 뜨였다. 갑자기 센터 직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은닉재산신고센터 직원들은 제보자와 전화 통화를 시도한 끝에 제보자 김 모씨와 만날 수 있었다. 김 씨의 안내로 서울의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출동한 직원들은 채 전 회장 소유의 외제차 4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람보르기니, 벤츠, 페라리, 포르쉐 등 고가의 수입차였다. 4대의 차량 안에는 고가의 골프채 셋트도 있었다. 시가로 수억원을 호가하는 물품이었다. 15일 예보에 따르면 은닉재산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재산 신고건수는 지난 10년간 총 180건이며 회수액은 290억원이다. 포상금은 23명에게 15억원이 지급됐다. 제보자는 직장동료와 친인척이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금융부실 관련자가 숨겨둔 재산이 예보소속 은닉재산신고센터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부실 관련자는 금융기관의 부실을 초래해 공적자금 및 예금보험기금 투입을 유발한금융기관 전ㆍ현직 임직원과 금융기관에 대해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무자 등을 말한다. 센터의 주된 업무는 이들이 국내외에 숨겨둔 예금, 부동산, 동산 등을 추적해 환수하는 것이다.  680억원 상당의 부실ㆍ불법 대출을 해준 혐의로 구속된 채 전 회장은 이번에 발견된 대의 차량 외에도 수십대의 슈퍼카와 총 50억원 상당의 오디오 495대 등도 이미 압류당했다.  양 팀장은 "제보를 받아 발견한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 등 저축은행 대표들의 은닉 재산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법적 절차를 마무리 지은 후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대한종금의 843억원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A건설이 폐업직전 관계회사 채권을 특수관계인 앞으로 허위 양도했다는 제보를 받아 207억원을 회수하기도 했다. 동아금고에 2억원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B씨가 제 3자 명의로 상가를 임차해 약국을 운영하고 본인 소유 주택을 아들에게 증여해 지인에게 매매했다는 제보를 받아 채권보전조치를 통보하기도 했다.  센터는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이 홍콩에 은닉한 예금 30억원을 찾아내기도 했다. 지난 2002년 제보자에 의해 접수된 것으로, 현지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조아래 정밀조사를 실시 현지 법적절차를 통해 국내로 환수됐다. 최순영 전 회장은 당시 외화를 몰래 국외로 유출하고 회사자금을 이사회 결의없이 학교법인 등에 제공해 법정구속된 바 있다.  그는 "자동차 같은 유체동산의 경우 위치 정보만 제공하더라도 은닉재산 신고에 해당돼 포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면서 "신고된 부실관련자의 은닉재산을 철저히 추적ㆍ환수함으로써 부실관련자의 책임을 엄중히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임혜선 기자 lhsr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부 임혜선 기자 lhsro@ⓒ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