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해영의 좋은시선]박석민, 젖은 사자 갈기를 말려라

대다수 야구 전문가들은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의 우승을 예상했다. 예측은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삼성은 투타의 조화를 앞세워 대구구장에서 치른 1, 2차전을 모두 가볍게 승리했다. SK는 투수진이 비교적 호투를 펼쳤으나 타선이 부진하며 내리 경기를 내줬다. 그러나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SK에게는 저력이 있었다. 하늘의 운도 따랐다. 3차전이 열릴 예정이던 27일 인천 문학구장에는 가을비가 쏟아졌다. 경기는 우천 취소됐다. 앞선 플레이오프에서 최종전까지 가는 혈투로 녹초가 됐던 SK는 달콤한 휴식을 챙길 수 있었다. 야구는 분위기 싸움이다. 단기전에서 이 같은 경향은 더 짙어진다. 누가 먼저 흐름을 가져가느냐에 승패의 명암이 바뀐다. 삼성이 1, 2차전에서 탄 상승세는 27일 쏟아진 비와 함께 제동이 걸렸다. 반면 2연패를 당한 SK는 여유롭게 반격을 준비하며 조금씩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2연패 이후 2연승. 시리즈는 순식간에 원점으로 돌아왔다. 격전지는 이제 잠실구장이다. 남은 3경기에서 2승을 가져가는 팀이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다. 삼성은 올해 포함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우천 취소를 네 차례 겪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을비는 상대팀에 유리하게 작용됐다. 모두 달콤한 휴식을 누리고 이어진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1984년 롯데가 대표적이다. 선수단은 삼성과 한국시리즈 7차전을 우천으로 하루를 쉬고 치렀다. 그 덕에 최동원은 지친 어깨를 하루 아낄 수 있었고 한국시리즈 4승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달성했다.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최동원은 누적된 피로에 발목을 잡혀 역투를 뽐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삼성의 창단 첫 우승이 더 앞당겨졌을 수도 있다.
삼성은 2001년 두산, 2006년 한화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하늘의 심술에 흐름을 빼앗겼다. 하지만 2006년 우승트로피는 그들의 것이다. 4승1무1패의 성적으로 2005년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뒀다. 기록을 만드는 것과 깨는 건 종이 한 장의 차이다. 선수들이 어떤 자세로 경기에 임하느냐에 흐름은 다시 뒤바뀔 수 있다. 글쓴이는 선발투수, 투수 교체 타이밍 등도 중요하지만 남은 3경기의 관건이 다른 곳에 있다고 내다본다. 4번 타자의 활약 여부다. SK는 이호준이 부진한 1, 2차전을 다소 쉽게 내줬다. 반면 그의 타격감이 살아난 3, 4차전에선 2연승을 거뒀다. 야구에서 4번 타자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단단히 중심을 잡으면 앞뒤의 타순에 시너지 효과를 준다. 득점을 뽑는 과정이 그만큼 수월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은 1.2차전에서 이승엽과 최형우의 홈런으로 비교적 쉽게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4차전까지 4번 타자 박석민은 부진을 거듭했다. 4번 타자는 팀의 얼굴이자 자존심이다. 타순의 부담을 이겨내야만 자신만의 타격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박석민은 비에 젖은 사자 갈기를 시원하게 말려줄 수 있을까. 회복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빠른 공에 타이밍이 늦고 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더구나 타이밍은 연습을 통해 비교적 빠른 시간 내 보완이 이뤄진다. 자신의 문제점만 확실하게 파악한다면 한 두 타석 뒤의 배트는 충분히 매서워질 것이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이종길 기자 leemea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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