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페이스]'러 최고 부자' 벡셀베르크 레노바그룹 회장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옛 소련 붕괴 이후 20년이 지난 오늘날 러시아는 빠른 속도로 자본주의 국가로 변신했다. 한때 경제위기로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까지 선언했던 러시아는 2000년대 들어 세계적 고유가 추세를 타고 막대한 오일달러를 벌어들이며 빠른 속도로 경제를 회생시켰다.이 과정에서 옛 소련 시절 양성된 유능한 두뇌들은 재빠르게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돈방석에 앉았다. 러시아 최고의 부자가 된 빅토르 펠릭소비치 벡셀베르크(55) 레노바그룹 회장 역시 이같은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중 한 사람이다.벡셀베르크는 1957년 서부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다. 1979년 모스크바의 명문 국립철도대학을 졸업한 그는 국영 연구기관에서 수 년간 엔지니어로 일하다 소련이 붕괴된 1990년대부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폐기된 고물 케이블에서 구리를 뽑아내 파는 사업으로 신흥재벌 반열에 오른 그는 1996년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의 재선 이후 최대 석유·가스기업인 TNK의 공동 소유자로 명성을 얻었다. 또 그가 공동 설립한 SUAL은 이후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RUSAL로 성장했고, 벡셀베르크는 자신의 회사들을 모아 광산·석유·통신 등 업종을 아우르는 레노바그룹으로 묶었다. 벡셀베르크는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인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가 러시아에서 으뜸가는 부자다.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기업 OAO로스네프트가 러시아·영국 합작 석유개발 컨소시엄인 TNK-BP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지분 매각으로 재산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러시아 북극해 지역 석유개발을 위해 러시아 주요 자원개발기업들의 컨소시엄인 AAR(알파·악세스·레노바)과 손잡고 각각 50%씩 지분을 갖는 합작사 TNK-BP를 설립했다. 그러나 지난해 BP가 로스네프트와 북극해 대륙붕 석유 공동개발을 추진하자 AAR이 강력히 반발했고, 2년에 가까운 긴 협상 끝에 로스네프트가 TNK-BP의 BP측 지분 50%를 270억달러에, AAR의 지분 50%를 280억달러에 각각 인수하기로 합의했다.이 거래 덕분에 올해 초까지 러시아 갑부 랭킹 8위였던 벡셀베르크는 15억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총 재산 180억달러로 지금까지 최고 부자였던 철강·통신재벌 알리셰르 우스마노프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전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는 40위로 뛰어올랐다.막대한 부를 쌓은 그는 세계 각지에 흩어진 러시아의 문화유산을 다시 되찾는 데 관심을 가졌다. 그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19세기 러시아 황실의 보물 ‘파베르제의 달갈’을 가장 많이 수집한 인물이기도 하다. 1885년 알렉상드르 3세 황제가 황후를 위한 부활절 선물로 명장 칼 파베르제에게 제작을 의뢰한 ‘파베르제의 달걀’은 단 50개만이 만들어져 오늘날 42개만이 남아 있다. 2004년 벡셀베르크는 미국 출판재벌 포브스 가문이 소유하고 있던 파베르제의 달걀 9개를 사들였고, 2007년 일반에 공개됐다. 그는 총 15개를 보유하고 있다.그는 2006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로웰하우스에 보관되어 있던 모스크바 다닐로프 수도원의 종들을 되찾아오는 데 나서기도 했다. 러시아 정교회의 뿌리로 불리는 이 종들은 스탈린 집권기인 1931년 파괴될 뻔했으나 당시 러시아 주재 미국 외교관이 종을 사들여 하버드대에 기증하면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이 종의 반환은 러시아 정교회의 숙원사업이었지만 엄청난 운반비용이 걸림돌이었다. 벡셀베르크는 운반비용과 하버드대에 기증할 복제품 종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약 100만달러를 기꺼이 댔고, 2008년 종은 80년만에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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