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발암물질 라면' 소동의 교훈

수프에서 발암물질 벤조피렌이 검출된 라면에 대한 처리 과정은 우리나라 식품안전 행정과 식품제조 기업의 후진적 행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라면 제조업체 농심은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다 결국 어제 식약청이 자진회수 결정을 내렸다. 그새 소비자 혼란과 불안은 커졌고, 이웃나라 대만 유통업체들이 해당 제품을 철수시키는 사태를 빚었다. 식약청은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답지 않은 행동으로 일관했다. 식약청이 국수ㆍ우동의 국물맛을 내는 가쓰오부시(훈제건조 가다랑어)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벤조피렌이 검출된 것을 밝혀낸 것은 지난 6월. 이를 납품받아 수프를 만든 농심 라면에서도 벤조피렌 검출을 확인했지만 훈제건조 어육 기준보다 낮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뒤에도 왔다갔다했다. 라면수프에 함유된 벤조피렌은 극미량으로 안전하고, 가공식품에 대한 벤조피렌 기준이 없어 회수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다 소비자 불만과 야당 의원의 질타가 이어지자 자진회수로 태도를 뒤집었다.  농심의 대응도 안일했고 감추려고 한 인상까지 주었다. 6월에 식약청 통보를 받은후 해당 공정을 두 달 중단하고 납품업체도 바꿨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거나 자진회수하지 않았다. 그 사이 문제 제품은 빠른 속도로 소비됐다. '발암물질 수프' 논란이 불거진 뒤에도 "매 끼니 평생 섭취해도 무해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어제 식약청의 자진회수 결정 이후에도 "공식 통보 받은 게 없다"고 했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누군가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주입한 사건이 발생했다. 존슨앤존슨 회장이 직접 사과했다. 식품의약국(FDA)이 권고한 시카고뿐만 아닌 미국 전역에서 3100만병을 회수했다. 손실비용이 2억4000만달러나 됐지만 이를 계기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농심은 2008년 쥐머리새우깡 파동의 교훈을 잊지 않아야 한다.  식약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벤조피렌을 포함한 위해물질의 가공완제품에 대한 안전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식품안전검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처벌도 더 엄중히 해야 한다. 식품업체들은 제조ㆍ납품 과정에 문제가 있을 경우 빨리 솔직히 공개하고 자진회수 조치를 취해 소비자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