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이윤재 기자, 김승미 기자] 기자회견만 했다하면 논란을 낳는 박근혜 후보, 캠프를 장악하지 못하는 문재인 후보, '국민이 원하는대로'만 외치며 여전히 안갯속에 있는 안철수 후보. 이유가 뭘까. 세 후보 캠프가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후보는 특유의 재벌회장형 오너십이 지나친 것으로 분석된다. 문 후보는 당내 특정 계파를 등에 업은 대표이사 역할에 묶여 있다는 게 정계의 평가다. 안 후보는 토론을 중시하며 국민 결재만 기다리는 실장형 리더에 비유된다. <strong>◆오너십은 막강, 팔로어십은 실종.."회장님, 박회장님!"</strong> = "기자회견 내용이요? 잘 몰라요 저도. 뭐라고 할지 궁금하네. 들어봐야죠. 별 일 없으려나…" 지난 21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정수장학회 대국민 기자회견'을 앞두고 박 후보 대선 캠프의 한 실무자는 이렇게 말했다. 박 후보가 주요 사안과 관련해 '재벌 회장님'처럼 막강한 오너십 속에 내밀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핵심 실무요원조차 여기에 범접하기 어려운 새누리당의 '지배구조'를 짐작케하는 장면이다. 캠프의 다른 관계자는 "역사관 사과 기자회견 때도 그렇고 정수장학회 기자회견 때도 그렇고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모아서 회견문을 만드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이렇게 민감한 사안과 관련해서는 캠프 메시지 라인도 간여를 못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후보가 이번 기자회견에서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 김지태씨 유족이 관련된 소송의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박정희 정권의 강압적 증여'를 부인한 건 이런 시스템에서 비롯된 사고라는 평가가 많다. 인혁당 관련 재심 판결의 의미를 왜곡한 '두 개의 판결' 발언, 인혁당을 '민혁당'으로 잘못 표현한 일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다보니 박 후보가 중요한 기자회견에서 무리하게 발언을 하면 이를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당 내부 주요 인사들의 사후약방문식 비판이 잇따르는 일이 반복된다. 정수장학회 기자회견 하루 뒤인 22일 이상돈 정치쇄신특별위원, 심재철 최고위원, 이재오 의원 등이 잇따라 박 후보를 비판한 게 단적인 예다. 특히 심재철 최고위원은 "참모들이 왜 그런 충고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에서 갸웃거려진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박 후보 측 관계자 상당수는 "그 이유를 우리도 알고 싶다"는 반응이다. "오너십은 있는데 팔로어십이 없고 팔로어십을 발휘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박 후보가 캠프 내의 오픈된 실무 시스템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폭넓게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strong>◆계파는 다양하고 의견은 여기저기에서 툭툭..'문재인 대표이사'</strong> = 민주통합당 대선팀이라고 완전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여러 계파의 이합집산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기업으로 따지자면 다양한 주주들로 뒤얽힌 주식회사에 가깝고 문재인 후보는 '친노'라는 주주집단이 내세운 대표이사인 셈이다. 민주당은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에서 시작돼, 새천년민주당(2000년1월)으로 당명을 바꿨고, 이후 노무현 정부 시절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으로 쪼개졌다. 이들 두 개 정당은 각각 중도통합민주당,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2008년2월 통합민주당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뭉쳤다. 지금의 민주통합당은 여기에 시민통합당,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뜻을 모아 지난해 12월 새로 출범한 정당이다. 10여년 사이에 수차례의 이합집산을 거치면서 당내 계파와 지향점도 제각각이다. 크게 친노와 비노로 나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486, 손학규계, 정동영계, 민주평화국민연대계(민평련) 등 다양한 계파로 나뉘어져 있다. 현재 당의 대표와 원내대표 역시 친노 좌장격인 이해찬 의원과 비노계의 대표주자인 박지원 의원이 '나눠먹기'로 맡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이 같은 계파를 망라한 '용광로 선대위'를 만들었다고 자평했지만, 실제로는 이들 계파간의 눈치 싸움만 진행되고 있는 양상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용광로에 재료들은 넘쳐나는데 녹고 결합해서, 쇳물이 나오지는 안는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같은 이유로 선대위와 원내지도부, 당지도부, 대변인실 등이 제각각 움직이고,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인물이나 계파별로 색깔이 워낙 다르다보니 캠프 내 팀들 간의 회의에서 "그런 주장을 하려면 말이 되게끔 문서를 만들어 오라" "정책과 일정이 따로 놀지 않느냐" "캠프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 발설좀 하고 다니지 말라"는 등 어지러운 공방이 오가거나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의견교환이 쉽고 그 여지가 커서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결과물은 다른 후보보다 훨씬 더 견고하고 정교하다는 평가도 있다.<strong>◆'안철수 실장님'.."알아서 토론들 진행하세요. 그리고 국민 결재 기다립시다"</strong> = 최근들어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캠프 관계자는 "국민이 만든 후보"를 강조한다. 국민 후보론의 키워드는 '정당 안밖'이다. 안철수 후보의 대선 캠프도 기존 정당의 틀이 아닌 실무진 중심의 팀제로 짜여졌다. 조직체계에 비중을 두지 않고 실무자 중심으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바로 실행하는 구조다. 캠프 실무진은 오전에 전체회의를 하고 밤 8~9시경에 팀장급과 상황을 점검한다. 안 후보가 회의에 참석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회사로 따지면 안철수 후보가 '실장급'의 역할을 맡고 있지만 웬만한 안건은 팀장들의 '브레인 스토밍' 수준에서 결정되고 즉각 실행에 들어가는 식이다. 캠프의 슬로건인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다'도 20대 자원봉사자가 회의 시작 1시간 만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 후보의 '실장님 스타일'에도 한계는 분명히 있다. 특히 국정 경험이 없는 안 후보는 공약을 발표할 때마다 여러가지 부실함을 드러내고 있다. 안 후보는 최근 정책을 발표할 때면 대통령 직속 재벌개혁위원회, 교육개혁위원회, 노사정협의회 등 각종 위원회 신설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법과 과제에 대해서는 '국민의 동의를 바탕으로 정하겠다'며 답변을 미루고 있다. 정책 방향과 내용의 결정을 '집권 이후'로 미루는 것이야말로 아마추어행정이라는 우려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 후보론'을 내세운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된 뒤에 국정을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설명이 아직 없는 데 따른 비판으로도 볼 수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이윤재 기자 gal-run@김승미 기자 askm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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